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말이 먼저 나가고,
표정이 따라가지 못한 채로
상황이 지나가 버린다.
돌이켜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이미 한 박자 늦다.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은,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밖에서는 말을 고르고,
톤을 낮추고,
상대의 반응을 한 번 더 본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는
그 과정이 자주 생략된다.
특히 가족들 앞에서 그렇다.
말은 짧아지고
표정은 무뎌지고
설명은 없다.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라는 전제 위에
그냥 행동해 버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모진 말들과 행동은
평소의 나와는 조금 다르다.
조금 더 급하고
조금 더 거칠다.
이유를 찾으려 하면
마음속에서 비슷한 말이 떠오른다.
언젠가 내가 잘되면
그땐 다 보상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지금의 무례함을
미래의 성취로 미뤄두는 말.
지금의 태도를
나중의 결과로 덮어두려는
편리한 변명.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스스로를 가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 이 자리에서
조금 더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억지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도 안다.
어쩌면 나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장 설명을 아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충분히 이해해 줄 거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혼자서 판단한 채로.
그게 익숙함인지
태만인지
아니면 나이 들어간다는 신호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요즘은
그 생각이 자주 스친다.
말을 던지기 전에
이건 정말 지금의 나인가,
잠깐 멈추게 된다.
정답을 찾으려는 건 아니다.
다짐을 남기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이런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지금의 나에게서
조용히 기록해두고 싶다.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부끄럽더라도,
최소한
모른 척하진 않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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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