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계기판에 불이 하나 켜졌다.
선명하지도 않고,
위급해 보이지도 않는
애매한 색이었다.
당장 세워야 할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없는 척하기엔
계속 눈에 밟히는.
대개는 이렇게 말한다.
"조금만 더 타도 되겠지."
소리도 없고,
주행감도 멀쩡하니까.
불은 켜진 채로
며칠을 더 달린다.
고속도로에서도,
익숙한 골목에서도
아무 일 없는 얼굴로.
사는 건
이보다 더 조용하다.
어디 하나 번쩍이지도 않고,
삐 소리도 없다.
속도는 그대로인데
집에 오면 이유 없이 피곤하고,
하던 말을 중간에 놓치고,
아침 알람이
한 번에 잘 안 들린다.
그래도
대부분은 그냥 간다.
오늘이 문제는 아니니까.
지금 멈출 만큼은 아니니까.
경고등은
나를 세우려고 켜지는 게 아니라
보라고 켜진다는 걸
알면서도.
불은
그대로다.
차는
계속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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