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시간, 그리고 나
설 연휴가 시작되면
시간의 감각이 먼저 흐트러진다.
며칠이 비어 있다는 사실보다
돌아보면 그 사이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쪽이 더 분명하다.
부모님과 마주 앉는다.
예전처럼 스쳐 지나가지 않게 된다.
걸음의 속도,
말을 고르다 잠깐 멈추는 순간,
같은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장면들.
그 사이에서
나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인식한다.
차례를 준비하다가
잠시 손을 멈춘다.
의미가 있어서 유지되는 의식이라기보다
누군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어지는 형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 위의 음식은 그대로인데
이 풍경은 매번 조금씩 달라진다.
명절이 되면
연락이 잦아진다.
안부를 묻고
괜히 한 번 더 확인한다.
그 집중이
정해진 날짜에만 모여 있다는 사실을
굳이 말로 꺼내지는 않는다.
연휴의 시간은 빠르다.
시계를 덜 보기 때문인지
해야 할 목록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남는 장면이 적어서인지.
기억이 얇을수록
하루는 더 빨리 접힌다.
식탁과 침대 사이를 몇 번 오간다.
컵은 비워지고
그릇은 다시 채워진다.
밖으로 나가지 않은 하루가
특별한 표시 없이 지나간다.
그래서 이번 설은
기쁘다고 말하기도
아쉽다고 정리하기도 어렵다.
부모님과 시간과 나를
같은 화면에 올려두고
가만히 바라본 며칠에 가까웠다.
현관에 놓인 부모님의 신발과
내 신발의 각도가
조금 다른 채로 남아 있다.
불은 모두 꺼졌고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집 안을 채운다.
차를 돌려 빠져나오며
백미러를 한 번 본다.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집이
프레임 밖으로 밀려난다.
#같은화면에놓인것들 #설연휴 #차례 #접히는시간
#멈춤의기록
p.s.
물리학적으로
휴일의 시간은 평소의 시간과
분명 다른 속도로 흐르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5일이라는 시간이
이토록 순식간에 지나갈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