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못 먹는 게 없다고들 말한다.
정확하지 않다.
먹을 게 늘 부족했던 땅에서
살아남는 법을 지나온 쪽에 가깝다.
염장하고, 말리고, 삭히는 일이 먼저였다.
맛은 그다음이었다.
고기는 오래 남지 않았고
생선은 계절을 넘기지 못했다. 끊기지 않았던 식사
밭은 늘 작았고
겨울은 매번 길었다.
그래서 음식은
완성되기 전에
먼저 남아 있어야 했다.
산과 들의 것을 먹게 된 것도
특별한 선택은 아니었다.
잎과 줄기부터 보였고
손이 먼저 갔다.
데쳐야 하는 것
말려야 하는 것
첫물은 버려야 하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거기서 멈췄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먹고도 탈이 없었고
다시 같은 계절을 맞을 수 있었고
그다음에도
같은 방식으로 놓일 수 있었던 것들.
새롭지는 않다.
대신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도
음식을 앞에 두고
잠깐 멈춘다.
먹을 수 있을지
방법이 있을지
이미 지나온 길일지
몸이 먼저 고른다.
식탁 위의 한 접시를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처음 보는 음식은 아닌데
처음 먹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때
이 식사는
아직 여기까지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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