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보지 않을 때의 선택

by 깊고푸른밤

사람들은 선택을 말할 때
습관적으로 결과표를 꺼낸다.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누가 박수 쳤는지,
누가 비웃었는지.


하지만 진짜 선택은
대개 조명 밖에서 이루어진다.


기록되지 않고,
증명할 길 없으며,
말로 옮기면
구차해지는 시간대에.


누가 알면
비겁하다고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그 선택을
‘우연’이나
‘어쩔 수 없음’으로 포장해
구석에 처박아 둔다.


하지만 관객 없는 선택은
도덕심이 아니라
체력을 반영한다.


지금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
방전되지 않기 위해
남겨둔 최소한의 전력.


그건 옳은 결정이 아니라,
살기 위한 결정이다.


보여주기 위해
가공되지 않은,
가장 날것의 상태.


우리는
이유가 분명한 선택을
성숙하다고 말하지만,


설명이 불가능한 선택도 있다.


그저 내일의 나를
굳이 지우지 않아도 되는,


어수선한 방 한구석에
그냥 그대로 두는 것.


성과도 없고,
교훈도 없다.


다만 며칠 뒤
몸이 조금 덜 무겁거나,
신경질이 조금 줄어들어
있을 뿐이다.


밤이 길다.


창밖의 소음이 잦아들고
방 안의 불이 하나씩 꺼진다.


어둠 속에는
설명되지 않은 결정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하는 데에는,
그 정도로도
충분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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