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병원 이름이 적히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이 동시에 자리를 비웠다.
집 안의 시간은 그대로인데,
그 시간을 같이 쓰던 사람들이 빠져 있다.
그 사실이 먼저 느껴졌다.
전화는 짧아졌다.
안부는 길어졌고, 대답은 오히려 더 단순해졌다.
"괜찮다"는 말이 자주 쓰였다.
괜찮다는 말이 이렇게 많이 쓰일 때는,
대체로 괜찮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병원이라는 장소는 이상하다.
누워 있는 사람보다, 서 있는 사람이 더 어색해진다.
무언가를 해줘야 할 것 같은데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자꾸 같은 걸 확인하게 된다.
시간, 수치, 표정 같은 것들.
어떤 날은 이름을 불렀을 때
시선이 바로 오지 않는다.
잠깐 늦게 도착하거나,
다른 쪽을 보고 지나간다.
내가 아닌 쪽으로.
어떤 날은 숨소리가 먼저 들린다.
고르게 이어지지 않는 리듬.
그 옆에 서 있으면 내 호흡도 잠깐씩 멈춘다.
확인을 멈추면 더 불안해진다.
하루의 대부분은 원래 하던 일로 채워진다.
회의를 하고, 숫자를 보고, 말을 하고, 결정을 한다.
이상한 건 그 모든 일이 이전과 똑같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병실에 있고,
나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문장을 말하고 있다.
어디가 이어져 있는 건지 가끔 잘 모르겠다.
어떤 감정이 있는지 물으면 딱 하나로 말하기 어렵다.
걱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넓고,
슬픔이라고 하기엔 아직 멀다.
가끔은 죄스러운 쪽으로 기운다.
무언가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그런데 그 '충분히'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기준 없이 부족해진다.
같이 있지만, 각자다.
저녁이 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밥을 먹고, TV를 보고, 불을 끄고, 잠을 준비한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다만, 그 순서를 같이 쓰던 사람들이
지금은 다른 곳에 있다는 점만 다르다.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하게 버틴다.
이해해서가 아니라,
멈출 수 없어서.
조금 덜 이해한 상태로,
조금 덜 정리된 채로.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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