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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_병

by 슈슈

어렸을 때, 밥을 먹다가 혹은 얘기를 하다가 멈추는 일이 많았다. 나는 어떤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나의 병명은 뇌전증.

온 가족이 모여 주말 저녁을 함께하고 있을 때였는데 나는 밥을 먹다가 멈췄으며 눈도 까뒤집었다고 했다. 나의 언니는 '쟤 또 저래'라고 말을 했고 엄마는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음미하느라 그러는 거야'라고 둘러댔다. 엄마에 말에 ‘내가 그랬었던 건가?’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10년 전, 아니 사실은 그보다도 훨씬 더 전부터 나는 병식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 병을 인정해 주는 가족도, 스스로 치료할 능력도 없었다. 다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겠지…


처음 내가 쓰러지던 날을 나는 기억한다. 왜냐하면 그날은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는 해의 내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1월에 태어난 나는 방학기간이라 친구들과 제대로 생일잔치를 해본 적이 없다. 부모님도 맞벌이 셔서 내 생일도 어김없이 일을 가셨고 미안한 마음에 용돈을 챙겨주셨다. 하지만 그해 생일은 엄마가 친구들을 초대해 직접 생일상을 차려 주겠다며 나보다 더 들떠있었다. 생일날 아침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자던 나였는데 눈을 뜨니 방에서 나는 누워있고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낯선 아저씨들이 자꾸 눈을 떠보라고 소리쳤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고 몸에 힘이 없었다. 쓰러진 자초지종은 이렇다. 아침에 화장실을 갔는데 그때 발작이 있었고 쓰러지게 된 것이었다. 운이 없게도 그 앞에 세면대가 있었는데 코를 부딪히면서 코뼈에 금이 갔고 턱이 깨졌다. 내가 정신을 못 차리자 한 분이 나를 엎었다. 구급차로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 갖가지 검사를 받았고 외래진료받게 되었다. 하지만 뇌전증과 관련된 과가 아닌 심장내과 등 다른 과만 전전하며 진료를 보았다.


이렇게 그해 나의 생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중학교 때는 1달에 1번도 쓰러지고 2번도 쓰러지면서 빈도가 올라갔다. 처음에 썼던 일화처럼 어렸을 때부터 소발작을 경험했었던 것 같다. 제때 치료가 늦어지고 쓰러지는 것을 반복하며 다시 쓰러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이 병은 이후로도 계속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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