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집이 답답하다고 느껴졌다. 성장기는 하나의 인간으로 온전히 홀로 설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나는 빠르고 격하게 그런 과정을 겪었다.
고등학생 때를 떠올리면 한마디로 ‘질풍노도’
1학년 여름방학식을 마치고 나는 가출을 했다. 음악을 하고 싶었던 나는 부모님의 반대에 시작도 못해보고 주저앉게 될 기로에 놓여있었다. 그 당시에 에너지와 관심을 제일 많이 쏟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만의 신념이랄까.. 주변에서 반대가 거셀수록 남들이 덜 가본 길이고 왠지 될 것 같다는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다. 여름방학식 날도 어김없이 학교에 같은 동아리 친구랑 연습을 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왠지 그날 집에 들어가면 음악을 포기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방학 내내 열심히 준비할 텐데 나는 부모님도 설득하지 못했으니.. 그래서 이판사판 공사판! 가출을 감행했다. 친구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허락을 구했다. 내 사정을 들으시고 난처해하셨지만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셔서 받아주셨다. 걱정하는 우리 부모님께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연락을 해주시면서 '합의된 가출'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가출한 이유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지 자유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래서 방학 때도 연습을 갔고 개학을 한 후에도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했다. 가끔 부모님을 학교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기도 했지만 음악을 허락하기 전에 집에 돌아가지는 않았다. 나 또한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도와주신 친구 부모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집안일을 도왔다. 두 분 모두 맞벌이시고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집이 엉망일 때가 많았는데 그런 부분을 도와드리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2달 정도 후에 음악 하는 것을 허락해 주셨고 음악으로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정말 행복할 것만 같았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행복하게 음악을 할 것 같았던 꿈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느낀 것은 '책임감'이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아프지 않다면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았고 입시 1년 차, 2년 차 시간이 흐르면서 음악에 소질이 없다는 것에 매 순간 직면 당했다. 그럼에도 가출까지 하면서 얻어낸 허락이기 때문에 이 또한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끈기와 투지로 원하는 학교에 입시를 성공하면서 가출 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