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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_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by 슈슈

대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과 술 먹고 노느라 집에도 이틀에 한 번꼴로 들어갈 정도로 신입생시절을 만끽했다. '마시면서 배우는'이란 술게임 가사처럼 친구들과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술을 배웠다. 같은 과 동기 10명 정도가 항상 같이 술을 마셨는데 연주나 공연을 하고 받은 페이로 술을 마셨기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셨다. 그래도 만취했다고 버리고 가거나 도망가는 친구도 없었고 다음날 깨워서 수업에 데리고 나오기까지 했다. 그러던 친구들이 2학년이 되면서 남자애들은 군대에 입대하고 여자애들은 휴학이나 공부로 바빠지면서 즐거웠던 신입생 생활도 끝나버렸다. 신입생이라는 타이틀은 뭘 해도 용서가 되는 학년이었는데 2학년이 되니 책임감과 그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2학년 때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지 못한다면 나는 졸업과 동시에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꼈다. 1학기 정도 고민해 보고 나는 과감히 2학년 2학기 휴학계를 냈다.


그리고 떠났다. 내 인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극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외사촌이 살고 있는 캐나다로 떠나려고 계획을 했다. 그곳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있으면서 영어 하나라도 배우고 오면 다른 방향으로 인생 설정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계획을 말하고 외사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지 엄마한테 여쭤봤다. 우리 엄마는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엄청 싫어한다. 내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 난감해하시고 어떻게 나를 설득할지 전전긍긍하는 것을 보고 계획을 수정하게 되었다. 잠시 해외에 나가있는 것은 물리적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시는 부모님과도 분리되어 온전히 '나'라는 사람이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도 '이전의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났어야 했고 아프리카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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