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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리 Nov 22. 2023

결핍의 도시 서울

왜 자꾸 부족할까

 군인 가족으로서 시골에서의 잦은 이사 생활만을 예상했던 결혼이었다. 그러나 아주아주 운이 좋게, 우연찮게 서울 도심의 한복판에서 3년 넘게 생활하는 중이다. 이 호강스러운 나날들이 얼마나 감사한가. 배달 어플을 켜면 갖가지 종류의 음식을 다 먹을 수 있으며,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예쁜 카페들과 골목골목들이 눈앞에 있다. 새벽 배송은 너무나도 일상이 되어버려 잠들기 전 식재료들을 3분이면 구매하고 다음날 아침에 편하게 받아먹을 수 있는 생활이다. 


 이뿐만인가 이전에는 큰 병원 한 번 가려면 이동에 제한을 두는 위수지역 때문에 휴가 겨우겨우 내서 갈 수밖에 없었고, 일정이 꼬이면 병원은 몇 개월 미루기 일쑤였다. 괜찮은 병원조차 읍내나, 도시로 나가야 해서 30분에서 1시간 차로 나가야 하는 것은 기본이었는데 아니 대학병원이 도처에 있는 곳이라니. 이렇게 편리한 지역에서 두 아이를 건강하게 출산하고 편리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며 키우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참 간사하게도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을 늘 갈망하고 부러워하는 바보 같은 존재인가 보다. 운전을 하다 남산터널을 지나 나오면 한남동이 나오는데 이 동네에는 그렇게 고급 주택이 많다던데 어디지. 저 주택인가. 어떨까. 저 사람도 그곳에 살까. 연예인 누구도 최근에 이 동네에 집을 샀다던데 궁금하다. 나는 내 평생 저런 곳 구경이나 할 수 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항상 그 한남대교를 건너기까지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진로에 대한 생각으로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깊은 고민을 하던 사관생도 시절에도 학교와 군인의 가치가 다른 무엇보다 명예를 추구하기에 학업을 포기 않고 계속할 수 있었다. 돈을 좇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 잘못된 것은 아니나 그것만을 맹신하고, 추구하며 사는 것은 스스로가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돈으로 가치 매겨지고 그것들이 내 눈앞에 가장 멋있게 펼쳐지는 이 서울에서는 그 마음을 잠재우는 것이 쉽지 않다. 어찌 보면 가치를 추구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살다 보면 부족하지 않은 돈이 따라온다고 믿는 나는 역설적으로 돈을 좇아 살고 싶은 나의 진짜 마음을 고상하게 포장하고 있던 것이다. 


 육아를 하며 더 쉽지 않아 졌다. 자연에서 놀며 키우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하지만 책, 영어, 사립 유치원, 사립 초등학교, 좋은 학군, 좋은 육아용품 등 그 보이는 것들이며 이곳에서 나의 선택지가 얼마나 많은가. (물론 재정적, 환경적 여건으로 다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주말에 아이들과 외출을 나가면 기저귀 가방을 디올 명품가방으로 들고 다니는 가족들도 심심찮게 보이는 이 서울에서 아이를 위한 것인지 나의 과시를 위한 것인지도 모를 육아에 대한 고민도 심심치 않게 한다. 이러한 생각은 이렇게 경쟁이 팽배하고 괴로운 세상에 내가 내 자식들을 낳은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진정한 행복 일까로 귀결되기도 한다. 


 담백하게 살아가고 싶다. 자꾸만 나의 부족함과 욕망을 자극하는 환경에서 나의 진정한 마음과 내실을 쌓아나가 단단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러나 명품에 대해 과시는 결핍이야라는 생각을 잘못 표현했다가 주위의 누군가가 마음을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어 조심하게 된다. 이제는 아이의 엄마로서 보이는 것도 아이의 사회생활에 영향을 끼칠까 다소 외적인 것에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더욱 하게 된다. 그 어느 고민 속에서 균형을 찾고 영글어가야 하는 시기인 듯하다. 


 최근 지방에 일이 있어 다녀왔다. 그새 서울이 익숙해졌다고 높은 건물들을 벗어나니 새삼 낯설어 언제 이런 곳에서 살았었나 싶었다. 지금의 서울 생활은 그저 좋은 옵션이었을 뿐이고 산과 바다와 가까이 살아야 하는 것이 기본임을 마음에 주지 시키고 늘 다독이며 군인 가족생활을 다짐하지만 서울의 화려한 네온사인들을 다시 만나는 길은 너무나도 반가웠다. 지독한 교통체증에 어딜 가나 북적이는 사람들로 고통스럽다가도 반짝이는 건물들과 밤의 한강 불빛은 참 아름답다. 참 좋으면서도 참 힘든 도시인 서울이다. 이 모든 것은 많은 것을 누리고 가지기에 갖게 된 배부른 고민일 것이다. 언젠가는 떠날 이 도시를 지금은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성실히 생활해야 할 것이다. 헛된 욕망에 잠식되지 않게 나를 잘 다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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