뻣뻣한 마음

by 이상필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유주가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습니다. 미리 일어나 유주의 등원 준비를 하던 저는 깜짝 놀라 달려갔습니다. 침대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못하고 목놓아 우는 유주를 보며 저와 아내는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유주에게 묻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 손이 찌릿찌릿해?", "배 아파?"

손이 저린지, 배가 아픈지,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우는 유주를 보며 불안감만 더 커져가던 중 저는 유주를 바로 앉혔습니다. 그런데 유주가 목을 붙잡고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목 아파

목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고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저와 아내의 불안은 더욱 커졌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는 더 이상 유주를 만질 수 없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유주를 바로 눕히고 다급히 119에 전화했습니다. 유주를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전화했지만 119 측에서는 아이의 상태를 전해 듣고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목에 '담'이 온 것 같다고 했습니다. 혹시나 골절을 의심해볼 만한 상황은 아닐까 노심초사했지만 영유아 아이들은 아직 뼈가 단단하게 굳지 않았기에 골절될 위험은 적다고 했습니다. 저는 긴급하게 할 수 있는 응급조치를 설명받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119로부터 전해 들은 말에 한시름 놓고 유주를 바로 앉혀 간단한 확인을 했습니다. 유주가 목을 좌우로 돌려볼 수 있도록 눈 앞에 인형을 보여주고 시선을 유인했습니다. 오른쪽으로는 인형을 따라 고개를 잘 돌렸습니다. 인형을 반대쪽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그러자 유주가 목을 잡고 고통스러워하며 몸과 함께 시선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집안을 걸어보게 하니 멀쩡했습니다. 119 측의 말대로 심각한 상황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3살 베기, 어린아이도 목에 담이 오다니.. 정말 가여웠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어떠한 이유에서나 담에 걸려 잘 알지만 정말 고통스럽고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기에 부모 마음이 다 그렇듯 유주 대신 아프고 싶었습니다.

유주의 옷을 입히고 119 측의 말대로 가까운 정형외과에 내원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유주를 진찰하시더니 껄껄 웃으시며 "무슨 이런 꼬맹이도 목이 결리냐"하시고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며 진통제를 처방해주셨습니다.

아이가 왜 담에 걸린 걸까요?

저는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았습니다. 아이에게 '담'이 왜 오게 되었는지..

선생님께서는 잠을 잘못 잤을 때처럼 잘못된 자세로 오래 있었거나, 과격한 운동을 하여 근육통이 왔거나, 피로가 쌓이면 '담'에 걸리게 되는데 유주는 자고 일어나서 목이 아프다고 했으니 잘못된 자세로 잠을 자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유주는 목에 담이 오기 전 추석 연휴를 보내며 며칠 동안 강행군을 했습니다. 그런 피로 누적과 오랫동안 엎드려서 잔 원인이 유주의 목을 단단하게 굳도록 만든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 후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유주는 힘없이 침대에 누워 낮잠에 들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유주는 통증이 현저히 완화되었고 그날 오후 평소와 같은 일상을 되찾아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놀이터에 나가 재밌게 놀고 왔습니다.


우리는 살다 보면 담에 걸리는 일이 심심치 않게 생겨납니다. 그럴 때면 단단하게 굳고 뭉친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주무르며 풀어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합니다. 그 과정에는 근육을 풀면서 감당해야 하는 고통도 뒤따릅니다. 그래도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약국에서 약을 사 먹고 병원에 가 물리치료를 받으며 고통을 해소하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도 없이 계속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그 고통은 더욱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생각의 스트레칭

유주가 약을 먹고 낮잠을 자는 사이 저는 목을 돌려봅니다. 좌우로 고개를 움직여보고 위아래로 움직여봅니다. 그리고 고개를 한 바퀴 빙그르르 돌려보며 제 목은 괜찮은지 확인해봅니다. 저 또한 단단하게 굳은 생각과 고정관념에 담이 걸린 사람입니다. 육아를 하면서도 아이를 보기보다도 끊임없이 저만을 바라봅니다. 아이의 심정과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하기 보다도 저 편한 대로 아이를 맞추려 합니다. 그렇기에 아이의 생각과 시선으로 아이를 보고자 할 때면 마음이 너무나도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아빠로서 올바른 육아를 하기 위한 열정은 단단하게 뭉친 저의 근육을 풀어줍니다. 생각과 시선을 끊임없이 아이에게 돌려 아이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목에 뭉친 담을 풀어줍니다.

그럴 때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답답하고 힘들게 느껴지지만 생각과 시선을 아이에게 돌리는 스트레칭이 반복되면 아이를 맞춰주는 것이 한결 편안해지고 아이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아이들은 제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신만의 성향과 기질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렇기에 그 아이를 키우기 이전의 생각과 경험에 맞추어 돌보게 되면 또다시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또 담에 걸려 한 곳만 바라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이는 담 걸린 부모의 목과 어깨를 주무르고 스트레칭하며 더 편안하고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부모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혹시 힘든 육아를 하고 계시다면 목과 어깨를 주물러 주세요. 그리고 스트레칭해주세요. 사랑하는 아이의 시선과 생각에 나의 고개를 돌려 자연스럽게 시선을 맞출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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