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움직임, 작은 것, 작은 행복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 카페에 앉아 하염없이 창밖 구경만 했다. 매일 보는 풍경도 비 내리는 날은 다르니까. 매일 반복되는 같은 장소, 같은 일, 같은 사람, 같은 풍경. 익숙함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머리와 마음이 흐르는 빗물에 좀 말랑말랑해지길 바랐다.
낯섦이 필요했다. 일도, 사람도 떠오르지 않을 낯선 곳.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아무 역에 내렸다. 불과 네 정거장 왔을 뿐인데, 낯설다. 우산을 어깨에 걸치고 아무 길이나 걸었다. 낯선 길, 낯선 건물, 낯선 사람. 이어폰에서 흐르는 음악마저 왠지 낯설다. 여기가 어딜까. 쉴만한 곳은 있을까.
캄캄한 골목 사이, 일식집이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사람들이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 홀린 듯 들어가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오픈 주방에 둘러앉는 테이블이었다. 따뜻한 분위기였다. 청첩장을 주려고 모인 친구들. 소개팅 남녀. 우울할 수 없는 조합.
낯선 동네. 분위기 좋은 식당. 비 내리는 소리. 행복한 사람들. 술과 음식. 그 정도면 꽤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비록 오는데 25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금세 마음속 돌덩이도 작아졌는지, 비워진 공간으로 생각이 밀려 들어왔다. 주섬주섬 스마트폰을 열어 메모장에 끼적였다.
소주 세 병과 함께 끼적인 메모는 하나같이 쓰잘머리가 없었다. 그래도 하나는 건졌다. 메모를 쓰게 된 과정을 쓰고 있으니까. 그래, 역시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다. 여행이 꼭 거창해야 할 필요가 있나.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섦을 마주하는 것. 어차피 본질은 같다.
월요일 출근길은 꽤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길에서 작고 동글동글한 돌멩이를 하나 주웠다. 주말 동안 잘 갈린 내 안의 돌덩이 같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정이 갔다. 정성껏 씻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쳐다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처럼 돌멩이를 들고 다니며 자랑했다.
반응이 시원찮았다. 할 일이 그렇게 없냐는 둥. 더럽다는 둥. 거지냐는 둥. 부장님한테 던지려고 가져왔냐는 둥. 쳇, 시간과 장소는 좀 어긋나지만, 명색이 여행 기념품인데. 이런 메마른 돌덩이 같은 사람들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