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물면 점점 녹아든 스트로베리 그 맛?
수염 난 아저씨가 되어도 끊지 못하는 게 있다. 새콤하고 달콤한 그 맛. 캐러멜 ‘새콤달콤’이다. 아저씨가 편의점 안에 쪼그려 앉아 불량식품을 고르는 건 꼴사나운 짓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건 못 끊는다.
유치원 때였나, 초등학교 일 학년 때였나. 아마 지금 내 조카만 할 때였던 것 같다. 식구 네 명이 단칸방에서 끼니를 걱정하며 살았다. 날마다 시골 손님이 가져다준 채소와 곡물로 허기를 채웠다. 과자는 사치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새콤달콤’ 맛을 봤다. 혁명이었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새콤달콤’을 만날 수 없었다. 하염없이 풀떼기를 씹으며 그분을 영접할 날만 목 빠지게 기다렸다. 지금은 기억에 희미한 어떤 특별한 날, 엄마가 ‘새콤달콤’ 하나를 사주었다. 흔치 않은 기회였다. 반드시 혼자 먹어야 했다. 아무도 못 보게 가방 깊숙이 숨겨 놓고 흐뭇한 표정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등굣길 발걸음이 그렇게 경쾌할 수 없었다. 나만 아는 골목길로 갔다. 그 시간엔 아무도 없는 그곳. 가방을 뒤적여 ‘새콤달콤’을 꺼냈다.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뜯어 한 알을 꺼냈다. 손이 온통 찐득찐득했다. 왠지 불안했다.
캐러멜이 녹아 종이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가방 속 깊이 있던 숨어있던 그분이 밤새 뜨끈한 방바닥의 열기를 못 버티고 녹아버린 참사였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다. 종이인지 캐러멜인지 모를 물체를 손에 쥐고 계속 울었다. 등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한참을 그렇게 울다 조심스럽게 다시 싸서 가방에 넣고 학교에 갔다. 수업은 이미 한창이었다.
수업 시간 내내 그분 생각만 했다. 하굣길, 결의의 찬 표정으로 교문을 나섰다.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테다. 종이까지 모조리 다 씹어 먹어줄 테니 두고 보자. 집에 도착해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줄줄 흘렀다. 가방을 열고 꺽꺽거리며 말을 이었다. 가방 속 처참한 현장을 본 엄마가 상황을 눈치챘다. 엄마는 위대했다. 침착하게 그분을 냉장고 속에서 소생시켰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집안 형편은 계속 좋아졌다. ‘새콤달콤’보다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어도 그분만큼은 끊을 수 없었다. 욕심부리면 벌 받는다는 교훈이 마음에 시큼하게 남아 있어서일까. 달곰한 동심의 추억 때문일까. 여전히, 지금도,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