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묶음
냄비에 밥알을 쏟고 전복을 썰어 넣자
나무주걱이 제 할 일을 다 한다.
박박.
주방에 서면 나무주걱은 무당의 신칼이다.
아이의 쇳소리 기침으로 굿판이 열렸다.
끓는 건 냄비가 아니라 내 속이다.
속이 끓는 줄 모르고 나무주걱은 신명이 났다.
한소끔 물이 부어지고 나무주걱도 늦은 자진모리다.
냄비 안은 포말을 일으키는 바다가 되고,
주걱은 훠이 훠이 새떼를 쫓아내는 아낙이다.
초가집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나무주걱의 춤사위가 제법 묵직해졌다.
선연한 무복을 입은 무당이 양팔을 어깨에서 튕기자
아낙은 머리 조아리고 두 손 모아 빌고 또 빈다.
신이 크게 기뻐할수록 소망도 크게 이루어지리라.
무당의 거친 호흡 따라 나무주걱도 다시 힘을 얻고,
신과 교섭하여
인간의 건강을 빌고,
가정의 안녕을 빌고,
마을의 풍요를 빌었던.
오래 쑤어진 죽에서 밥알이 푸닥 튀어 오른다.
세습무의 춤으로 축원의 한판 굿이 끝났다.
나무주걱으로 죽을 훌훌 덜어내어
정갈한 그릇에 담아 아이 앞에 내놓는다.
나무주걱은 그렇게
건강을 비는 아낙이고.
안녕을 비는 무당이고.
풍요를 비는 굿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