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하루가 말을 걸 때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새로운 카페를 찾는다는 건 내게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이까짓 비쯤, 그 설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흡사 지하 반공호 같은 입구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계단이 끝나고 펼쳐진 광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어디가 끝인지 가늠할 수 없는 넓은 초원,
다양한 꽃나무가 어우러진 작은 정원,
빗방울이 자갈길에, 푸른 잎에, 우산 위에 떨어지며
경쾌한 클래식을 연주하듯 소리를 냈다.
비는 도화지 위에 동글동글 그림을 그려냈고,
나는 그 속을 걷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카페에서 대여한 우산을 받쳐 들고,
한 손엔 따끈한 커피를 들고는
감탄사를 쏟아내며 이 숲 속 정원을 거닐었다.
정말이지, 프라이빗한 숲 속의 작은 쉼터 같았다.
조금 전까지 과수원에서 보낸 고된 세 시간은
이 30분의 산책으로 충분히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이게 행복이지,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사실, 앞서 걷는 남편을 보며
‘비 오는 날 운치 있는 곳을 거니는 우산 속 한 사람’
이라는 주제의 사진 한 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가 돌아보는 순간,
그 장면은 단지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남게 되었다.
"대가라는 것은, 어쩌면 늘 비싸기만 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고된 시간의 끝에서 만난 이 조용한 환대는,
생각보다 훨씬 값진 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