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드러나는 것들
가끔 나는 괴물이 된다.
현실을 부정하는 마음이 몇 번이고 되뇌어질 때면
명치 아래 어디쯤에서 미지근한 억울함이란 것이 덩어리 져 툭 튀어나온다.
그것은 누구도 알아듣지 못할 이상한 소리로 변하고
두 손은 허공을 허우적댄다.
결국 신세 한탄이 되고, 자기 비하가 된다.
내가 가진 가장 좋지 못한 습관이다.
어쩌다 한 번씩은
바보 같은 내 자신이 미워 머리를 쥐어짜고
손바닥으로 내리치기도 한다.
찰나의 번쩍하는 통증이 오면 그 순간 나는 참 초라해진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날들, 끌려다니기만 했던 마음이 아무도 모르게 쌓여 있었고,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밖으로 흘러넘쳤다.
이자가 쌓이듯
그 마음도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쌓일 주머니가 사라진 순간,
몸은 신호를 보냈다.
조심하라고.
자중하라고.
감사하게도, 경고 먼저 준 것이다.
그로 인해
모든 것이 잠시 멈춰졌다.
먹고 싶은 음식도,
달리고 싶은 욕구도,
마시고 싶은 커피도.
괴물이 된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굵은 빗줄기가 내린다.
바람이 불고, 빗줄기는 춤을 춘다.
춤추는 빗줄기 아래
나는 생각해 본다.
살고 싶어서, 버티고 싶어서
틀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날들이 있었다고.
아직 답은 찾지 못했지만..
한 템포 쉬어가자.
한숨을 깊게 들이쉬고
얽힌 마음 하나씩 풀어내자.
괴물의 소리가 아니라
사람의 언어로 이야기하자.
살기 위해.
그리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는 잘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