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드러나는 것들
통증이 있어도
나는 달렸다
밝은 형광등 아래
긴장감이 감돈다
혈압계가 푸시 욱- 거리는 소리
심전도가 띠띠- 거리는 소리
간호사가 베드 사이를 바쁘게 오가고
의사는 내 상태를 설명하고 있었다
방향 잃은 내 눈동자가 허공을 배회하고
혈압은 끝없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앞으로 러닝 같은 고강도 운동은 금지입니다"
예순은 되어 보이는 의사 선생님이 내 눈을 들여다봤다
수긍하는 내 답변을 듣기 위함이었다
머리에서는 작은 스위치가 똬리를 틀고 앉았다
"혈압만 올려봐 스위치 킬 거야"
위급하지도 않은 시한폭탄이 나를 멈춰 세웠다
며칠 전 선물 받은 러닝화가
끈 풀린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열정이 가라앉은 자리 무위감에 잠식되었다
자,
잠시 멈춤의 간극을 두자
한 호흡 휴지의 시간을 두고 단단히 묶인 똬리를 풀어내자
한 번 이완의 틈을 만들고 나면, 다음 움직임이 허락된다
달리기와 이완을 잇는 정밀한 호흡법
이것이 지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인 것이다
나는 지금 멈춤 상태가 아니다
더 오래 달리기 위한 이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