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 일기
저도 사람인지라... 속상한 일이 생기면 풀 때가 필요해요.
이번엔 머리에 꽂혔네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머리뿐이라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라달라고 했어요.
긴 머리를 자른다고 하니 미용실 사장님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며 시간을 주시네요.
내 감정이 그러하니 사장님의 권유도 잘 들어오지 않고 '잘라주세요.'라고 해버렸어요.
미용실에서 머리가 우수수 떨어지는 순간!!
감정은 어디로 사라지고 이성이 돌아오네요.
지금은 1월 중순! 새롭게 만나는 3월까지 어느 정도나 자랄까?
이번에도 어린 연령일 텐데... 아이들이 좋아해 주려나?
이성이 돌아오면서 정말 많은 생각들이 들었어요.
내가 왜 머리카락에 감정을 실었던가...
3월까지 야한 생각 열심히 해도 짧은 커트머리가 얼마나 자라겠나?
그래도 어쩌리~ 벌써 머리의 반 이상이 잘려나갔는데...
다음 날!!
우리 반 아이들 문 앞에 서서 왜 다 멈칫거리는지...
'누구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역할놀이 장난감 중 남자인형을 가지고 와서 나와 비교하며 아무래도 우리 선생님이 남자가 된 것 같다는 아이도 있고 안 예뻐졌다며 가까이 오지 않는 아이도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보냈고 많이 성장했기에 기존의 우리 반 아이들은 걱정을 안 했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참으로 난감하다. 이 또한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은 미용실 놀이에 빠졌다.
손님은 오로지 교사인 나뿐이다.
교실에 있는 집게 핀을 머리에 꽂아 주고 '예쁘다!'
왕관 머리띠를 해주고는 '손님 여자가 되었어요.'란다.
선생님 머리에 핀 꽂을까? 예쁜 머리띠라도 해야 예쁜거니?
3월에 새롭게 맞이하는 동생들을 위해 동물 머리띠라도 구입하러 가야 할까?
아직 시간이 있으니 많이 많이 고민해 볼게.
그런데 미용실 손님은 그만하면 안 될까?
머리가 매일 뜯기고 있어서 좀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