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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자 Dec 05. 2023

관리의 균형

정의는 없다

종합병원의 예를 들어보자.

병원의 핵심관계자는 당연히 의료인력이다.

진료, 진단은 의사, 간호사, 의료지원부서의 인력이 수행한다.


병원의 병원장인 의사가 있긴 하지만, 

예산, 기획, 중장기 추진계획은

법인 또는 이사회에서 주로 결정하게 되며 

이사회를 지원하는 것은 행정인력이 중심이 된다.

그래서 때로는 병원장의 의중이 반영되기보다 

행정 책임자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에 대해 개선을 건의해도 

행정부서에서 그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경영 논리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단임제 병원장인 경우 실무적인 의견을 

반영하거나 바꾸어 나가기는 역부족이 될 수 있다. 

진료를 하는 것과 수익을 내고 경영하는 것은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적으로 행정인력의 권한이 커지게 되고

실무를 수행하는 인력의 의견 반영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불만들이 터져 나오게 되고

경영과 현장이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다른 산업분야도 유사하리라 생각된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조직사회가 발전하는데 발목을 잡는 것 중 하나는 행정 중심주의 구조다. 

행정은 조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인사, 예산, 기획, 지원 등을 의미한다.

행정분야는 전문적인 분야에 비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행정우위의 문화는 조직이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행정이 전문영역을 장악하고 그 기능을 약화시킬 경우,

성장 동력이 되는 기술, 전문화 중심 조직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잘 만들어진 행정은 조직의 발전을 극대화시킬 수는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행정분야와 전문분야가 적절한 힘의 균형을 

이룰 때만이 가능한 얘기이다.


인사권과 자금운영 권한이 있는 행정조직은 

실제 기술적인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관심이 적은 경우가 많다. 

기술분야의 부서는 이에 대한 불만과 사기저하로 

기술개발과 제대로 된 연구에 매진하기 어렵다.

잘못하면 연구개발의 열정은 사라지고 

일반 셀러리맨으로 전락하기 쉽다는 것이다.

 

바뀌어 가고는 있지만, 정부부처나 기업도 전문가 보다 행정관료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는 문화 때문에

전문가 그룹을 대변하기엔 역부족이고 기술 중심조직으로 

나아가는 길은 제약이 많다.


과학기술, 변화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조직의 관리는 역방향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행정과 전문분야의 적정한 조화와 동반 성장, 

그들의 발언권을 높여주는 환경 조성이야 말로

조직 관리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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