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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자 Dec 09. 2023

운명의 토끼 서리

그들은 아직도 아프다

1976년 4월 15일, 군 입대 하루 전.


최ㅇㅇ은 친구 2명의 권유로 3명이서 

이웃집 토끼 3마리를 서리한 다음, 친구들에게

전해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바로 다음 날, 1976. 4월 16일. 

최ㅇㅇ은 군에 입대했다.


입대 후, 이웃집 주인에게 토끼 서리가 발각되어

친구 2명은 토끼값 8천 원을 변상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기로 합의하였으며,

검찰에서도 단순, 피해 경미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한편, 군에 입대한 최ㅇㅇ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친구 2명은 모든 처분이 완료되었으나, 

입대한 최ㅇㅇ만 여전히 범죄 피의자가 되어 

군대로 통보된 것이다.


이등병으로 군 생활도 낯선 상황과 환경에서 

갑자기 군 검찰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자

누구한테 도움을 구할 수 조차 없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급하게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아버지 전상서.

불효자식이 군대 오기 전 토끼를 서리하였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당시는 삐삐도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다. 

휴가 내고 직접 찾아가지 않는 바에야 

편지가 유일한 연락 수단이었다.


아버지에게 집주인과 합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편지를 보내고 바로 답장이 오지 않자

더욱 초조해진 최ㅇㅇ은 다시 한번 더 편지를 썼다.

아버지로부터 답장이 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그동안 최ㅇㅇ은 법무실로부터 여러 차례 호출을 받으며

그 스트레스는 극도에 달했다.


1976년 7월 2일. 

아버지에게 답장도 받지 못한 채

최ㅇㅇ은 위병소에서 근무를 서다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입대한 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았다.


군은 친구 2명이 합의된 사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고 압박을 가했던 것이다.

군에서 갓 입대한 이등병을

안심시키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였더라면

그는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부모는 자식을 군에 보낸 지

3달도 되지 않아 죽었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 얼마나 어이없고 비통한 일인가?


지금도 우리는 자식을 군에 보낸다.

노심초사 군생활 잘 마치고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과거, 군에서 사망하여

돌아오지 못한 아들들.

그 가족의 아픔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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