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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for Feb 17. 2017

재주많은 원숭이들 - 잔나비 밴드

새로운 음악이 고플 때가 있다.


일상이 지겨운 탓일까. 노래나 들어야겠다 생각하고 playlist를 살펴봐도 그날따라 듣고 싶은 노래가 없었다.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빌보드까지 뒤적거렸지만 소용 없었다. 큰 걸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새로우면서도, 너무 낯설지는 않은, 감성적이면서, 너무 신파적이지는 않은, 감각적이지만, 듣기에 편한 음악. 그런 음악들이 어디로 꽁꽁 숨었는지, 못찾겠다 꾀꼬리를 외치려던 참이었다.


그러다 링크에 링크를 타고 들어간 사이트에서 잔나비의 음악을 접한 순간. 사이다를 마신 듯 속이 뻥 뚫어지는 개운함을 감출 수 없었다.


 

대체 뭔 일이 난거야 92년도에

본격적으로 잔나비를 파헤쳐보자. 일단 멤버는 리더 최정훈(보컬,리더), 유영현(키보드), 김도형(기타), 장경준(베이스), 윤결(드럼)으로 모두 92년생 원숭이띠이다. 밴드 이름도 원숭이를 뜻하는 말인 잔나비를 그대로 사용했다. 합이 참 잘 맞는 밴드다 싶었는데 리더 최정훈과 장경준은 초등학교 동창, 김도형과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동아리 활동으로 밴드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은 졸업 후 본격적인 밴드로 데뷔하고자 기획사를 찾아다녔고, 장경준과 김도형이 먼저 양화진 밴드로 데뷔하게 된다. 최정훈 역시 계약을 코 앞에 두고 있었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미련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을터. 최정훈은 혼자 오디션을 보고 FNC와 계약을 맺어 연습생으로 지내게 된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양화진 밴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자연스레 흩어지고, 최정훈도 친구들과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에 FNC를 떠난다. 그렇게 최정훈은 김도형, 유영현과 함께 2012년부터 잔나비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잔나비 초기의 활동은 여느 인디밴드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대 클럽에서 공연도 하고 버스킹을 하기도 하며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비운의 프로그램) 슈퍼스타k5에 지원하기도 했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그러다 2014년, 잔나비는 큰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다. 신사동호랭이가 인디 음악을 지원하겠다며 인디밴드의 프로듀싱을 맡아주기로 했는데, 그 첫번째 밴드로 잔나비를 선택한 것. 잔나비는 신사동호랭이의 도움을 받아 맡아 2014년 디지털 싱글 [로켓트]를 발표하게 된다. 잔나비는 그 해 펜타슈퍼루키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이후 장경준과 윤결을 추가로 영입하면서 지금의 잔나비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인디를 뚫고 나온 대중성  

잔나비를 이제야 알았다니. 잔나비는 이미 공식 팬카페에 1700명의 팬을 소유한 밴드였다. 게다가 혼술남녀, 식사를 합시다, 구여친클럽, 디어마이프렌즈 등 다양한 드라마 OST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16년 연말콘서트 400석 공연을 5초만에 매진시키는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나라 인디씬에서 출발한 뮤지션이 대중적 인지도를 얻고, 여기저기 불려다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이다. 끝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참가한 DMC 페스티벌 라인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신인 밴드가 대형 소속사의 도움이나 방송출연 없이 이 정도의 성적을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잔나비의 음악이 가진 대중적 매력이 충분히 입증된 것 아닐까?




장황한 소개에 이미 읽다 지쳐버린 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주목해야 할 내용은 지금부터이다. 도대체 이 밴드 어떤 음악을 하는 밴드이길래, 이토록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장르로 따지자면 잔나비의 음악은 사이키델릭락(Psychedelic Rock)으로 분류할 수 있다. 1960년대 중반에 시도되기 시작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산울림, 신중현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된 장르이다. 특유의 몽환적인 사운드 때문에 싸이키델릭이라는 표현이 붙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워낙 일렉트로닉한 사운드와 힙합 등이 대부분의 음악 시장을 차지하다보니 락 음악을 하는 뮤지션, 더욱이 싸이키델릭 락을 하는 뮤지션이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잔나비의 음악은 싸이키델릭한 사운드 안에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과 기타 리프 등을 통해서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정말 한 끗 다른 음악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 편의 소설같은 앨범

잔나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첫번째 정규앨범 [MONKEY HOTEL]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워낙 음악이 쉽게 소비되는 시대이다 보니, 앨범보다는 개별 음원에 집중하는 뮤지션들이 많아졌다. 스마트폰으로 다 스트리밍이 되는 시대에 왜 굳이 앨범을 만들어야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잔나비는 그들의 앨범을 통해 뮤지션이 어떻게 '앨범'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앨범은 보너스 트랙까지 총 10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곡에 잔나비만의 색깔이 잔뜩 묻어있는데다가, 이 곡들이 모여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앨범 소개를 보면 '존'이라는 인물이 MONKEY HOTEL에 머무는 동안의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작사, 작곡, 앨범아트까지 본인들 스스로 제작했다는 점이다. 대형 소속사의 도움 없이 이 정도의 앨범을 제작했다니 뮤지션을 넘어 아티스트로써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잔나비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이다. 한 곡, 한 곡에 대해 깊이 이야기하고 싶지만 너무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이만 줄인다. 백문이불여일청이라 했다. 지금 당장 잔나비의 음악을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https://youtu.be/FReg_aTZjzY


사진= 페포니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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