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이 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주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사실 기쁘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직업도 아니고 이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선택한 직장이었다그래서 남들이 축하하다고 해주어도 기쁘기는커녕 뭔가 창피했다
내가 만약 건강했더라면 그래서 대학도 다니고 했다면 나는 이 직장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께도 제발 내가 취직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내 존재를 잊히게 하고 싶었다
사실 지금 나는 죽고 싶지도 그렇다고 살고 싶지도 않은 상태이다 지금 죽어도 딱히 아쉬울 건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죽고 싶은 것은 아니다 '죽지 못해 사는 것이다' 그 말이 지금 내 상황에 가장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화목한 가정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다
그렇게 그냥저냥 살아오다가 우연히 만나는 작은 기쁨에 살아갈 이유가 생겨나기도 한다 오늘처럼 말이다
오늘 친척오빠가 취직을 축하한다며 우리 집에 찾아와 책 한 권을 선물로 주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로 받은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한 적은 있어도 받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들한테도 보통 책보다는 먹을거나 화장품 같은 것만 받았지 책을 선물로 받은 적은 없었다 물론 친구들이 책을 읽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 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좋아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갑자기 너무 행복해졌다 나조차도 내가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내가 책을 선물로 받고 싶어 했구나'라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게 됐다 갑자기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요즘 무기력해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 이런 작은 기쁨 때문에 다시 의욕이 생겼다
하지만 작은 기쁨은 항상 누군가가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나 스스로가 나에게 작은 기쁨을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를 위한 책을 선물해 준다거나 음식을 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살아갈 이유를 하나씩 만들어가면 언젠가는 의식하지 않아도 '아 살아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라고 느끼는 순간이 오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