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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살이 Aug 16. 2023

[인생1막 시련] 나의 신은 죽었어 아니 내가 버렸어

투병일기


무너졌다가 다시 시작하는 건 항상 힘들어

시간이 흐를수록, 넘어지는 횟수가 많을수록

점점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더라고



이유는 알고 있어

또다시 넘어지는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또 넘어질 텐데 다시 일어나야 할까?

그냥 다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다'

이런 생각들로 하루하루를 허비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지금까지 그렇게 나의 시간은 흘러갔어

그래서 과거가 잘 기억나지 않아

뭐 내가 생각하지 않는 거기도 하지만

그냥 생각만 해도 끔찍하거든



심리치료에서 과거를 회상하라고 하잖아

나 그거 하다가 그만뒀어

도저히 할 수 없더라


과거 회상 말이야 그때 그 상처를 다시 기억하는 게

나는 치유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더 괴롭더라고

다시는 안 할 거라고 그냥 때렸치고 나왔어

나는 안 맞는 거 같아 그런 심리치유



나는 생각이 많아 하루에도 별의별 생각을 다하지

그 생각들을 다 글로 썼다면 블로그에 글들로 꽜찼을거야

하지만 지금의 나는 글을 자주 쓰지 않아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는 나의 생각을 알게 되거든


나는 그게 무서워

그 생각들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거든


' 죽고 싶어 포기하고 싶어 다 때려치고 싶어 살고 싶지 않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



나는 생각 없이 살려고 하고 있어

내 생각에 감정을 일으키면 안 돼

그럼 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어

그래서 나는 내 싸움이 끝날 때까지는 이런 내 생각들을 다 무시하면서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야





*우울증 환자들한테 일기를 쓰라고 하더라고

난 그거 반대야

거기에 뭐 희망적인 얘기를 쓰겠다


'뭐 죽고 싶다 포기하고 싶다' 다 이런 얘기들이겠지

부정적인 감정을 더 부추길 뿐이야

그런 사람일수록 글 같은 건 되도록 쓰지 않고

생각 없이 살아야 해

생각하더라도 그 생각에 휩쓸리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하고

뭐 나도 그중 한 사람이고



지금 내 생각 알 필요 없어

알아봤자 지금 나한테 도움 하나도 안되니까

계속 이렇게 생각 없이 살아야 해

그래야 삶을 놓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어

지금까지 그렇게 목숨을 지탱해 왔고




*나의 신은 죽었어

나는 더 이상 신에게 도와달라고 빌지 않아

정말 절실하게 기도했는데 이루어지지 않더라고

그렇게 간절하게 울면서 기도했는데 말이야



그날 나의 신은 죽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신을 버렸어

나는 더 이상 신에게 의존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 혼자 이 시련을 버터기는 너무 버겁더라고

그래서 나를 도와줄 스승님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스승님을 발견했지



스승님들의 가르침들을 매일 읽고 습득하고 수행하면서

그렇게 이 지옥 같은 삶을 버티고 있어

혼자서는 이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니까

동아줄이라도 붙들어야지 뭐



그렇게 해도 나는 계속 넘어져

다시 일어나기 힘들어

다시 일어나서 시작해도 또 넘어질 텐데

항상 내 몸 상태는 나를 배신하니까


'하 나는 언제까지 이런 삶을 반복해야 하는 거지?'


미래를 변화시키려면 움직여야지

언제까지 현실도피할 거야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거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잖아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도망치지 말자

피할 수 없다면 그냥 즐기라는 말도 있잖아

누가 이기나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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