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무너졌다가 다시 시작하는 건 항상 힘들어
시간이 흐를수록, 넘어지는 횟수가 많을수록
점점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더라고
이유는 알고 있어
또다시 넘어지는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또 넘어질 텐데 다시 일어나야 할까?
그냥 다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다'
이런 생각들로 하루하루를 허비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지금까지 그렇게 나의 시간은 흘러갔어
그래서 과거가 잘 기억나지 않아
뭐 내가 생각하지 않는 거기도 하지만
그냥 생각만 해도 끔찍하거든
심리치료에서 과거를 회상하라고 하잖아
나 그거 하다가 그만뒀어
도저히 할 수 없더라
과거 회상 말이야 그때 그 상처를 다시 기억하는 게
나는 치유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더 괴롭더라고
다시는 안 할 거라고 그냥 때렸치고 나왔어
나는 안 맞는 거 같아 그런 심리치유
나는 생각이 많아 하루에도 별의별 생각을 다하지
그 생각들을 다 글로 썼다면 블로그에 글들로 꽜찼을거야
하지만 지금의 나는 글을 자주 쓰지 않아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는 나의 생각을 알게 되거든
나는 그게 무서워
그 생각들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거든
' 죽고 싶어 포기하고 싶어 다 때려치고 싶어 살고 싶지 않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
나는 생각 없이 살려고 하고 있어
내 생각에 감정을 일으키면 안 돼
그럼 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어
그래서 나는 내 싸움이 끝날 때까지는 이런 내 생각들을 다 무시하면서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야
*우울증 환자들한테 일기를 쓰라고 하더라고
난 그거 반대야
거기에 뭐 희망적인 얘기를 쓰겠다
'뭐 죽고 싶다 포기하고 싶다' 다 이런 얘기들이겠지
부정적인 감정을 더 부추길 뿐이야
그런 사람일수록 글 같은 건 되도록 쓰지 않고
생각 없이 살아야 해
생각하더라도 그 생각에 휩쓸리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하고
뭐 나도 그중 한 사람이고
지금 내 생각 알 필요 없어
알아봤자 지금 나한테 도움 하나도 안되니까
계속 이렇게 생각 없이 살아야 해
그래야 삶을 놓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어
지금까지 그렇게 목숨을 지탱해 왔고
*나의 신은 죽었어
나는 더 이상 신에게 도와달라고 빌지 않아
정말 절실하게 기도했는데 이루어지지 않더라고
그렇게 간절하게 울면서 기도했는데 말이야
그날 나의 신은 죽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신을 버렸어
나는 더 이상 신에게 의존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 혼자 이 시련을 버터기는 너무 버겁더라고
그래서 나를 도와줄 스승님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스승님을 발견했지
스승님들의 가르침들을 매일 읽고 습득하고 수행하면서
그렇게 이 지옥 같은 삶을 버티고 있어
혼자서는 이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니까
동아줄이라도 붙들어야지 뭐
그렇게 해도 나는 계속 넘어져
다시 일어나기 힘들어
다시 일어나서 시작해도 또 넘어질 텐데
항상 내 몸 상태는 나를 배신하니까
'하 나는 언제까지 이런 삶을 반복해야 하는 거지?'
미래를 변화시키려면 움직여야지
언제까지 현실도피할 거야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거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잖아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도망치지 말자
피할 수 없다면 그냥 즐기라는 말도 있잖아
누가 이기나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