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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조각난 마음을 안다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던 읊조림

by 하진

여기 쓸쓸한 이의 글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텍스트일 글이 콘텍스트를 이해한다면 나에게만 들리는 시가 될 때가 있다. 슬픔은 항상 시가 된다.


애닮픔은 내 발치로 떨어지는 노래이다.


며칠 전부터 몸이 무거웠는데

오늘은 열이 난다.

며칠 전부터 발걸음이 느려지고

잠을 쉽게 못 이룬다

며칠 전부터 난 좀 이상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폭우가 내리고 해가 뜨지 않는 하늘에

바람이 멀리까지 불어 간다


수 만 방울의 비가 떨어지지만

저 거리를 걷고 있는 너와 나처럼

서로가 구분되지는 않는다.

지나간 기억들이 그러하다.


흐릿하고 분명하지 않아

다 맞추기에는 빈조각이 많다.


신은 사실 협화음이 아니라고 한다.

모순과 모순의 조정자
나도 협화음이 아니다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삶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을 뿐

없는 것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힘들게만 보이고 의미 없어 보이는

그런 것이 모여

하나의 의미를 만드는 순간이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죽기 전에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조각 맞추기를 못한다.

집에는 이가 빠진 500피스 조각 맞추기가 있다.

다 맞춰도 그림은 될 수 없다.


내 마음속에는 1000000피스쯤 되는

조각 맞추기가 있다.


어쩌면 그보다도 더 많은
조각.


나는 당신의 조각난 마음을 안다.


더 많은 상처로 조각날수록 하나 두개쯤 빠진 조각들은 어쩌면 큰 상관이 없어진다.


당신이 손을 들지 않아도

그것들은 깨어지는 동시에 맞춰지고 있다.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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