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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Jan 27. 2023

케이스 스터디 : '생존자'를 위한 옹호 연구 설계

커뮤니티 기반 참여 연구 시리즈

이 연구는 '가정폭력'을 경험한 '생존자를 위한 옹호(Survior-centered Advocacy)'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커뮤니티 기반 참여 연구 방식인 CBPR을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가정 폭력분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시아 태평양 젠더 기반 폭력 연구소'의 자금 지원과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생존자를 위한 옹호 : 가정폭력,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활동이 생존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


전체 프로젝트는 5개의 현장을 사이트로 두고 이뤄졌습니다. 이것은 다양한 문화적 맥락과 상황 속에서 생존자들의 정체성, 경험, 정서적 필요 및 경제적 차이 등이 '생존자를 위한 옹호'활동의 제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한 설계였습니다. 프로젝트 팀은 생존자가 내리는 자기 결정에 위의 요소들이 교차적으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생존자에게 주어지는 옹호활동은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거의 비슷한 서비스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5개의 현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Avellaka (San Diego) : Avellaka는 샌디에이고 지역의 원주민 가정폭력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원주민 내 LGBTQ/2 Spirit 인 사람들이 겪는 가정폭력과 차별 경험 생존자들이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LGBTQ/2 Spirit : 일부 원주민은 자신의 성적, 성별/영적 정체성을 남성. 여성 정신 모두를 가진 것으로 설명합니다. 이 용어는 1990년 위니펙에서 개최된 제3차 연례 부족 간 아메리카 원주민, 원주민, 게이 및 레즈비언 미국인 회의에서 이 용어의 사용을 제안한 마이 라 라라미 장로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출처 : https://lgbtqhealth.ca/community/two-spirit.php)


DeafHope (Oakland) : 청각장애인 커뮤니티 내 가정폭력, 성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KACEDA/QYUL (Oakland) : KACEDA는 한인 커뮤니티 내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7년부터 활동한 자원봉사 기반 조직입니다. QYUL은 이 조직 내의 퀴어 및 트랜스인 들의 워킹 조직입니다.


Mujeres Unidas y Activas (MUA) (San Francisco & Oakland) : 라틴 이민자 여성 커뮤니티 내 개인의 발전과 공동체의 힘을 기르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Sikh Family Center (Bay Area) : 터번, 긴 머리, 턱수염과 같은 시크교도의 특징은 9/11 테러 이후 증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SFC는 시크교 커뮤니티를 위한 시민권 단체입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외부적 시민권 활동이 아닌 그동안 잘 살펴볼 수 없었던 시크교 커뮤니티 내부의 안전에 대한 문제를 다룹니다. 


이 커뮤니티들이 참여해서 진행한 본 연구의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소외된 커뮤니티의 관점에서 문화적으로 다양한 생존자 중심 옹호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구축합니다

2. 가정폭력 분야에서 지역사회 기반 참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소외된 지역사회의 역량을 기릅니다.

3. 소외된 지역 사회를 지원하는 생존자 중심 옹호를 위한 데이터를 생성합니다.


왜 CBPR이었나


 CBPR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교육 및 활동을 목적으로 문제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여 조사하는" 방법론으로서 이 연구에 채택되었습니다. 각 커뮤니티의 연구 파트너들은 "자신의 현장을 조사할 연구 질문을 정의하고, 방법론과 참여자를 선택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의 지원과 자원을 요청하고 자신의 현장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의 보고 방법을 선택하는 폭넓은 권한"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만을 위해서라면 위에 소개된 각 연구 사이트 들을 전문연구자가 방문하고 관찰 조사해서 연구 결론을 도출하는 연구 방법론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관계자들은 연구의 과정까지도 연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일부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나아가 연구 팀은 기존의 주류 연구가 가지는 연구 불평등이라는 조건에 저항하려 했습니다. 


연구 디자인 팀은 주류 연구들이 가졌던 연구 과정의 구조적 불평등을 지적합니다. '누가 연구를 수행하고, 어떤 사람이 참여하며, 그 결과에는 누가 접근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인종적, 언어적으로 특정 집단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소수자 커뮤니티는 연구에서 과소 대표되었습니다. 부족한 정보, 편향된 가정에서 출발한 연구는 각 커뮤니티가 가진 고유한 정보의 가치가 주류 학술계 혹은 기관들이 가진 데이터와 비교해 에피소드에 불과하다거나 편향된 것으로 절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연구 팀은 흔히 연구 정의 (Research Justice)라고 불리는 연구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연구 정의는

(연구 정의는) 의미 있고 장기적인 사회 변화를 위한 방법으로 커뮤니티의 목소리와 리더십을 중심으로 연구의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고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적 프레임 워크입니다. (Assil et al. 2015) 


연구 정의를 구축하기 위해 먼저 실제 현장에서 경험하는 연구 불평등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서 현장 파트너들이 참여해서 진행한 첫 연구워크숍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시되었습니다. 


"연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무엇이 떠오르나요?"


워크숍을 준비한 사람들은 연구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대다수일 것이라 예측하기는 했지만 현장에서의 응답은 그보다도 더 일관되게 부정적이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이브 바이 연구 (Drive by research)" - 정보를 가져가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는 - 를 하기 위해 온 연구원들에 대한 경험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응답들 중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Run! (도망가다!)였습니다. 


때문에 CBPR을 기반으로 한 연구 설계는 생존자 중심의 옹호, 그 과정에서의 소수자 커뮤니티의 특성을 반영한 권리를 보장하려는 연구의 목표와 일관성 있는 호응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의 결과를 도출해서 다시 주류 사회에 이 결과를 가져가서 누군가가 대리하여 이 결과의 반영을 기대하며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연구에 참여해서 "기존의 권력 구조에 도전하고 재 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공공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 커뮤니티 스스로가 생성한 설루션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CBPR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연구 과정의 모습도 워크숍을 통해 함께 만들어 갔습니다. 연구 파트너들은 연구 방법론으로써 CBPR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고 이를 우리 연구 프로젝트에서 구현하기 위한 원칙들을 도출하고 적용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때 정해진 원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프로젝트의 모든 단계에서 투명성을 가집니다
2. 협업과 의사결정을 함께합니다
3. 연구원과 참여자, 참여자와 연구원, 참여자와 커뮤니티 등 다양한 주체들 간에 상호 책임의 균형을 가집니다
4. 커뮤니티, 참가자들이 전문가로서 참여합니다(대우받는다)
5.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합니다
6. 사람들이 가진 트라우마를 중심으로 과정을 설계합니다 (참여자에게 해를 끼치는 연구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7. 참여자 개인이 가진 신념체계, 가치를 억압하지 않고 존중합니다
8. 참여자와 커뮤니티가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데이터의 소유자가 됩니다
9. 지배적 문화, 억압적 습관으로 인한 편견을 다루기 위한 자기 성찰에 노력합니다


연구 팀 구성


연구 프로젝트는 이러한 CBPR 구조를 담아내기 위해 두 개의 레이어로 구성한 연구 팀을 구성했습니다. 본 연구를 프로젝트 차원에서 매니징 하고, 운영하기 위한 프로젝트 팀과 각 현장 별로 커뮤니티 스스로 연구과정을 진행하는 현장 파트너 팀입니다. 


프로젝트 팀은 본 연구 전체를 기획한 '아시아 태평양 젠더 기반 폭력연구소'에서 아래와 같이 구성하였습니다. 


프로젝트 팀 : 전체 프로젝트의 리더십, 매니지 먼트, 연구 설계 및 평가를 조망하며 펀딩처와 연락을 담당
연구 설계 팀 : 연구를 위한 협업구조 및 평가를 설계
CBPR 연계 담당팀 : 각 담당자가 현장 파트너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현장 연구자들에게 연구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제공, 현장의 문제 해결 등 진행 (연구 컨설턴트 역할)
평가 팀 : 각 연구 결과의 분석, 발전 등 진행


현장 파트너는 사고 파트너 (Thought Partner)와 현장 연구자 (Field Researchers)로 구성되었습니다. 


사고 파트너:  지식 생산을 목적으로 각 현장 실무자들이 역할을 맡았습니다. 현장 지식을 바탕으로 생존자 중심 옹호에 대한 전문 지식과 이해를 반영해 연구를 매니징 했습니다.
현장 연구자: 사고 파트너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현장 연구 팀입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각 현장에서의 연구를 수행한 이들로. 연구의 설계, 진행, 결과 도출까지 전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현장 연구팀은 사전에 각자의 문화 배경의 커뮤니티에서 생존자 중심 옹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연구 제안서를 개발하고 제출하여 연구 프로젝트 디자인 팀의 검토를 받았습니다. 연구 진행과정에서도 특히 CBPR 연계 담당팀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연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현장 연구자 중에는 가정폭력과 관련한 생존자들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렇듯 연구 팀은 전체를 조망하는 프로젝트 그룹과 현장에서 연구하는 현장 연구팀 두 계층을 이루되 이를 연결하는 연결 팀의 역할을 통해 긴밀한 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지식생산'과 '역량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에는 이 협력 관계가 작동하기 위해서 제공되었던 교육 과정을 비롯해 각 현장 파트너들이 사용한 연구 방법, 연구 단계별 실천 과정 등이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본 연구의 결과를 비롯해 이 자료를 살펴보며 인상 깊었던 점에 대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케이스 소개에 대한 글은 "Survivor-Centered Advocacy in Culturally Specific Communities : A Community-Based Participatory Research Project " (2017), Susan Ghanbarpour 등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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