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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Jan 30. 2023

케이스 스터디 : '생존자'를 위한 옹호 연구 결과

커뮤니티 기반 참여 연구 시리즈

'과정으로서의 연구' (역량강화) 성과


이 연구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당사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로 진행된 것은 '결과로써 지식 생성' 뿐 아니라 '과정으로서 참여자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각 현장에서 연구를 수행한 '현장 연구원'(단체 실무자 및 생존자 당사자 등을 포함)들은 연구가 가진 힘(Power of research)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연구가 현장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져가기만 할 뿐 돌려주지 않는다는 초기의 인식은 불식되고, 연구가 '나도 해봄직한 일'(Try it!)로 전환되는 경험을 한 것입니다.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고 실행할 필요는 전문연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문연구자는 주류 연구자들에게 익숙하며 전문화된 개념들을 해체하고 번역하여 현장연구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제시하고, 교육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인지를 자극하는 교육과 실행을 통해 함께 역량을 키워 가면서 현장커뮤니티가 자신의 연구에 대한 신뢰성과 타당성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도왔습니다


보고서는 실무자들이 원래 가졌던 실무적 렌즈가 아니라 '연구의 렌즈'를 통해서 데이터를 '보는'활동이 자신들이 매일 만나는 생존자들에 대한 새롭고 흥미로운 통찰력으로 이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CBPR 연계 팀과 함께 코딩을 하고, 맥락을 발견해 가면서 '지식의 공동생산자'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실무자들이 수년간 반복해 왔던 일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고, 생존자들이 도움을 구하는 사람으로서만 남지 않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으로 대우받도록 했습니다.


커뮤니티는 자신이 생성한 원 데이터의 소유자가 되었을 뿐 아니라, 각자의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연구자산을 남겼습니다. 예를 들면 청각장애인 커뮤니티인 DeafHope는 통역과 번역의 왜곡을 거치지 않기 위해 미국 수화(ASL)로 녹화된 보고서를 생성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기꺼이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와 공유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청각 장애인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정보를 커뮤니티와 다시 공유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도구로 공유할 것입니다.” - 참가자


'결과로써의 연구' (지식생산) 성과


연구는 생존자 옹호에 대한 지식생산에 있어서도 성과를 보였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생존자 옹호 분야에 확산된 '서비스 중심 옹호'에 대한 문제를 확인했습니다. "생존자가 문제가 발생하고 누군가로 도움을 받는 24-72시간 내의 경험은 대부분 접수 프로세스를 완수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생존자 중심의 옹호 방향은 이를 접수받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 존재와 행동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발견이 지지하는 변화는 초기 생존자들의 상담에 자가기입 양식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듯 다가갈 수 있는 경로의 설계, 생존자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 등입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와 함께 있어주는 방식으로 생존자와 함께 있을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장 연구자들은 '치유가 개별화된 과정이며, 각 생존자는 자신의 속도로 움직인다'라는 것이 현장에서 발견한 통찰의 핵심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조직이 개개인 생존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찰은 한 사람에게 통했던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풀어내는 경로를 디자인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생존자들이 자신의 속도로 전진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시기에 다양한 접근 방법을 지원하는 유연한 옹호 접근이 생존자 중심 옹호의 핵심으로 논의되었습니다. 


전인적 접근 역시 특히 강조된 발견 중 하나였습니다. 많은 프로그램은 생존자의 '물리적 안전'이나 '법률서비스'등을 다룹니다. 하지만 '폭력에서 살아남는 것'은 개인의 생존에 필요한 한 부분일 뿐입니다. 더불어 이러한 '전인'적 접근은 종종 한 개인을 넘어 가족과 커뮤니티 전체와 연결된 사람임을 인식하면서 문제를 다루어야 할 필요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모든 문제가 항상 가해자와 피해자 이분법적 구조로 단순하게 파악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많은 서비스는 피해를 입은 사람과 입힌 사람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문화적으로 소외된 소수자 커뮤니티의 경우 생존자들은 가족, 친구 및 지역사회와 상호 연결되어서 생존자에게 해를 입히기도 하고 동시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보고서는 때로 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생존자를 위한 정의는 이러한 주변 사람들을 위한 정의(이들을 위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를 끌어아는 것을 포함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서구적 관점에서 이것은 종종 잘 못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다른 문화적 배경과 맥락에서는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고 덧붙입니다. 


5개의 소수자 커뮤니티에서 가정폭력은 만연한 문제였지만 우선순위 문제는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가정폭력은 만성적 빈곤, 차별, 경찰의 표적이 되는 것, 이민 통제 등 다양한 취약성 요인의 하나였을 뿐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문제들이 가정폭력에 대한 도움을 구하는 것 자체를 위험한 일로 만들고 있었기에 (한인 커뮤니티, 청각장애인 커뮤니티의 경우 경찰이나 911에 신고하는 것은 한결같이 이들의 안전과 복지에 해로운 일로 보고되었습니다.) 가정폭력 문제로만 좁혀서 문제를 다루거나 혹은 공권력을 통한 폭력 구제를 중심에 놓고 생존자 옹호를 접근하는 것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수자 커뮤니티 생존자 지원에 있어서) 경찰과 같은 기존 자원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과 위협을 확인하고, 대체 옵션을 지원하여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참여자



커뮤니티의 참여를 통한 연구 과정 진행에 대한 교훈 (Lessons Learned)


부족한 글을 통해 이 연구의 독특한 지점들 유익한 점들을 파악할 수 있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가 참여해 전문연구자들과 비연구자들 특히 문화적으로 소외되었던 커뮤니티의 참여를 통해 연구를 진행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을 일부 소개하며 글을 마치려 합니다. 


이 연구는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는 연구, 커뮤니티가 결정할 수 있는 연구, 커뮤니티가 소유권을 가진 연구가 되기 위해 다양한 부분을 고려했습니다.


소외된 커뮤니티가 가졌던 연구에 대한 착취, 추출, 낙인의 역사를 인식하고 논의하여 이를 이 프로젝트의 연구 기본 원칙 합의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했음
지역사회(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고 그 정체성, 언어, 생존자와의 살아있는 경험을 공유하며 지역의 역사 문화적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사람이 연구 우선순위를 정하고, 생산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
지역사회 파트너들이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긴 것은 수집된 데이터가 그들만의 것임을 확인하고 명시했으며 공유에 대한 실질적 결정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었음
언어정의에 대한 프레임 워크를 적용하는 것은 연구에서 종종 소외되는 비 영어권 사람들과 협력 시 연구 정의를 유지하는 핵심임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직원들은 프로젝트 전체에 걸쳐 겸손과 성찰, 적극적 관계구축을 위해 노력함
문화적으로 소외된 커뮤니티는 다양한 트라우마, 억압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자금 제공자/후원자 프로젝트 파트너가 상당한 유연성, 대응성을 가지고 임해야 함 (초기 계획의 엄밀한 충실도 보다는 유연한 연구 목표, 일정에 우선순위를 두기)


사실 5개의 연구 현장들이 연구의 규모도 다르고 사용한 방법론도 다른데. 이를 스스로 학습하고 결정하고 진행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CBPR도 다양한 연구에서 다양한 수준으로 적용이 되는데, 꽤나 높은 수준의 참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를 통해 진행한 연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보고서에서도 9개월이라는 시간, 5개의 현장연구가 진행되는데 프로젝트 운영 팀은 물론 현장 연구자들 모두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연구가 한창 진행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연구의 설계와 리소스를 마련하기 위해 들이는 연구 초기의 시간들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문연구자도 현장연구자도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맥락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연구 방법의 시도는 대부분 처음인 경우가 많아서 필요한 리소스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네요. 


앞으로 이러한 방식의 연구를 설계하고 진행하게 된다면, 다양한 리소스들을 만들고 배포하는 일도 해보고 싶네요. 혹시 이런 연구 방식에 관심 있는 연구자, 조직들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꼭 어떤 프로젝트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서로 공감하며 대화하며 여러 가능성들을 탐색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 케이스 소개에 대한 글은 "Survivor-Centered Advocacy in Culturally Specific Communities : A Community-Based Participatory Research Project " (2017), Susan Ghanbarpour 등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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