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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zyn Nov 14. 2019

나의 게으른 퇴사

내가 엄청나게 게으른 사람이란 걸 잊고 있었다.



"준비 안 해?"

"..."


현실감각이 유독 떨어지는 나는 대학을 다닐 때부터 다들 준비하는 취업 준비에도 열심히 임하지 않았다. 꼭 들어가고 싶은 회사도 마땅히 없었지만 이렇다 할 작가 정신으로 작품 활동도 하지 못하는, 작가도 회사원도 하지 못할 애매한 미술대학 졸업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졸업을 앞둔 학기가 되어서야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났지만 그 길을 끌고 가기에는 너무도 상업적이지 않아서 당시엔 용기를 내지 못했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시간을 흘려보내다 애매한 광고 회사에 취직을 하고 이곳저곳 이직도 하다 보니 일에 대한 애정이 생겨 마지막 회사에서는 1년 만에 '대리'라는 직책까지도 달게 되었다. 승진의 달콤함은 매일매일 밤 11시, 늦으면 새벽까지 야근을 하다 보니 흔히 말하는 번아웃 증세가 왔고 결국 건강과 마음의 안정을 위해 퇴사를 했다. 사실은 나를 괴롭히는 상사 때문이었다.


퇴사를 한 후에도 매일 같이 업무 관련 연락이 왔고 마무리해주기로 한 일들이 꼬여서 퇴사 후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하나도 생기지 않았다. 아무 일이 없으면 초조하거나, 어떤 일이 있으면 무기력해지는 흉측한 저주에 걸린 기분이었다.


모든 일이 다 해결되고서는, 취업 전의 막막한 나로 돌아간 것 같았다. 재취업을 하기엔 너무 두렵고 그렇다고 창업을 할 수 있는 대단한 부지런함도 갖추고 있지 않은 사람임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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