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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zyn Nov 14. 2019

'쉼'이라는 것도 배워야 한다.

건강한 백수 생활은 부지런함을 요한다.


회사를 그만두고도, 일을 할 때처럼 늘 불안하고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딘가 여행을 가고 싶다거나 어떤 일을 배워보고 싶다거나 하는 즐거운 일을 계획하지 못했다. 주변에서도, 스스로도 지금은 쉬어가야 하는 때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신호를 무시한 채, 동네 병원에 출퇴근 형식으로 제안이 들어온 프리랜서 일을 승낙했다. 


근무를 한 지 한 달쯤에 일어난 일이다. 

출근 준비를 다 하고서 도저히 집에서 나가지 못했다. 심지어 출근 시간보다 훨씬 일찍 준비를 마친 날이었다. 나설려고 할 때, 갑자기 마음에서 덜컹 뭔가 떨어진 기분이 들어 발을 떼지 못했다. 한동안 멍하니 의자에 앉아 꽤 긴 시간을 보냈다. 의사 선생님께 연락해 양해를 구하고 상황을 설명하자, 원장님께서 그 날은 출근을 보류해주셨다. 그로부터 며칠 뒤 나에게 잘 쉬는 방법이 있을 거라며 재택근무로 교체해 주셨다.(정말 좋으신 분이다.)


그러자 게슈탈트 붕괴 현상처럼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마냥 '쉰다'라는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어떤 행위를 해야 내가 쉰다는 느낌을 받는 것인지 의문에 빠졌다. 어디론가 떠나는 것도 쉬는 행위라기보다는 행동을 하는 일이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리는 것도 어찌 됐건 씻고 집 밖을 나서야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휴식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마시러 나가야지.'라고 계획하는 순간 그걸 지키지 못하면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이다. 정말 피곤한 타입이다.


한동안 건어물처럼 누워서 지내도 보고, 마음 한편에 부담을 주면서 여행도 다녀보았다. 잠시 기쁘고 즐거웠지만, 그 일이 내 마음을 위로하고 도닥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젠가 보려고 찜해둔 영화를 카페에서 무료하게 보고 집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영화에 대한 리뷰를 적는 순간- 간절히 바랬던 '기쁜' 기분이 들었다. 무기력함에 잠식되어 있었던 기분이 오래간만에 햇빛 아래에서 기지개를 켜는 것 같이 의욕적인 마음이 마구마구 생겨나는 것이다. 한 두줄 쓰려고 폈던 노트에 리뷰는 공책 한 장을 빼곡히 메워 버렸다.


'아. 이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쉬어가는 거구나'


영화처럼 대단한 필력이 갑자기 발휘되어 훌륭한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그 공책에 분명 이렇게 적었다.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깨닫고 그 과정을 알아가는 것은 피로하고 고될 지라도 '휴식'이라는 것에 포괄적으로 들어갈 수는 있겠다.'라고.


우리는 진정으로 쉬어가며 살아가고 있을까? 

어쩌면 사람들이 정해놓은 '쉬는 것'이라고 정해놓은 패키지대로 따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가 되더라도 늦지 않게 모두가 자신만의 휴식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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