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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zyn Nov 17. 2019

이제는, 잊혀진 것들

그때와 달라진 지금



일을 관두고 쉬게 되자 온몸에서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병원과 약국을 들락날락 거렸다. 

이제는 3일치의 약으로는 완쾌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는지, 몇번쯤은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했다.


어릴때는 노을이 지는 때를 싫어했는데 지금은 노을이 지는 때가 되면 아쉽다. 

이제는 게으름을 피우다가도 3-4시쯤의 오후시간에는 꼭 어딘갈 나서거나 움직이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가 지나가 버리는것이 그때는 그렇게 아쉽다.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사람들이 드문 시간대이기도 하고)


여느 때처럼 늦은 오후에 병원을 마지못해 방문했다. 역시나 대기실 쇼파는 텅텅 비어 있어 금방 진료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료하게 병원에 놓인 TV를 보며 시간을 흘리고 있을 때쯤 병원 문이 열렸다. 

중절모에 고운 양복을 차려입으시고 걸음이 조용하신 백발 할아버지였다. 어딘가 동화같은 느낌이 들어 할아버지를 멍하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몇 마디를 주고 받으시고는 '의료보험증'을 꺼내 접수를 하셨다.



'아 맞다. 예전에는 의료 보험증이 필요했었지.'

맞다. 어릴 적에는 엄마가 꼭 아플때에는 병원에 함께 가주었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난 후에는 혼자 병원에 다녀오라고 했다. 그럼에도 노파심에 엄마는 항상 의료보험증을 꼭 가방에 넣어주셨다. 

그러다 어느 날, 깜빡하고 의료보험증을 두고 병원에 가서 퇴짜를 맞았는데, 실수를 부모님께 말하기 싫어 '엄마, 나 갑자기 안아파졌어.' 라고 거짓말을 한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엄마가 나를 그렇게도 챙겨주었었는데, 이제는 내가 엄마의 건강검진날을 챙겨주는 날이 되었다니. 뭔가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엄마, 설거지 해뒀어. 그 있잖아. 내시경 언제 예약했다고 했댔지?'


중절모 할아버지 덕분에 이런저런 어린 시절 생각이 나서,

지는 노을을 뒤로 하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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