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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 Jul 26. 2020

추억 한 스푼_ 휴가 @ 베냉 2

# 그랑 포포

- 베냉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전형적인 휴양지이다. 내가 머무르는 숙소는 유럽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숙소인 듯하고, 사장도 레바논계(전혀 확인된 바 없지만 생긴 모습이 그렇다는 것.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요식, 숙박업계는 레바논계들이 지배하고 있다) 프랑스인이고, 유럽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원이 예쁜 방갈로, 그리고 해변이 바로 코 앞이고, 코딱지만 하지만 수영장도 있고, 방갈로 앞에는 작은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고 말이다. 가격은 1박에 40유로 좀 더 줬으니 뭐 나쁘지 않다.


- 그래서인지 다른 숙소들은 거의 파리가 날리는 데 여기는 거의 방이 다 차있는 듯하다. 그 때문인지 내 방갈로는, 다른 방갈로들과 달리 식당 와 직원 숙소 옆에 홀로 떨어져 있다. 내가 도착했을 때 내 이웃은 나이지리아인 가족이었고, 그 이후로 3일 동안은 아무도 없었다. 

처음엔 이거 인종차별 아닌가- 내가 본 숙박객들 중 나만이 아시안이었고, 그 나이지리안 가족만 흑인이었다- 하는 생각에 약간 욱했는데, 사실 정원 뷰인 다른 방갈로와는 달리 내 방갈로에서는 바다를 바로 볼 수 있고, 직원들이 하도 왔다 갔다 하는 게 약간 거슬리긴 했지만 밤에 자면서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은근히 좋았다.

-바다는 여느 동남아 바다처럼 청명한 물 색깔을 자랑하고, 나는 이제야 휴가가 시작되었구나 하는 마음에 들뜨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바다 보고, 바다 보며 맥주 마시고 바다 보며 책을 읽고 바다 보며 밥을 먹고… 좋았다. 다 좋았다. 또 이 바다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바다였다. 호텔에서 깔아준 파라솔과 비치 베드가 있지만, 또 내 코 앞에서 사람들은 힘을 모아 고기를 잡는 모습이 보였다. 


-근데 이틀 하니 딱 적당했다. 말할 사람도 없이 혼자서 중얼대고, 혼자 책 읽고 아무런 맛도 없이 가격만 더럽게 비싼 식당에서 되지도 않은 밥을 먹는 건 이틀로 충분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1등 한 식당을 일부러 모또 타고 찾아갔으나 리뷰에 등장하는 젊은 셰프는 없고 어디 동네에서 요리 좀 한다는 청년이 뭔가 프랑스 퓨전 요리를 해보려고 애썼으나 정체불명의 생선요리가 나왔다. 에휴…다른 식당은 월요일이라 문을 닫았고 말이다.

 

- 아무튼 바다를 보며 휴식한 시간은 정말 좋았다.  바다 없고 물 자체가 없는 황폐한 니제르에 살다 바다를 보고 야자수를 보고 망고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는 풍경을 즐겼다.  하지만 밤에는 모기의 공격에 시달리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모기를 두 마리나 잡았음에도 밤새 모기의 공격을 계속됐고 그제야 나는 내 방갈로에 모기장이 없음을 눈치채게 되었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그랑 포포에서 망중한을 즐기겠다는 나의 포부는 예정대로 2박만 하고 위다로 옮기는 걸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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