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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 Jul 26. 2020

추억 한 스푼_ 휴가 @ 베냉 1

어제 한국 뉴스를 보다가 아프리카 베냉 앞바다에서 피랍된 한국인 5명이 무사히 석방되었다는 소식을 읽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살아본 나이지만, 베냉이란 나라는 정말 낯설었는데 니제르에서 일하는 동안 나는 베냉에 1주일 동안 휴가를 갔었다.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이 나라를 선택한 이유는 단지 내륙국가 니제르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가 있는 곳이어서...


그래서 뜬금없이 떠올려보는 2018년 베냉에서의 휴가. 


# 도착하기

- 니제르 수도인 니아메에서 베냉의 코토누까지는 ASKY라는 토고 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했다. 아프리카의 비행기는 셔틀버스와 같아서, 직항은 거의 없는 편이고 수요가 별로 없어서인지 비행기표는 참 비싸다. 니아메에서 코토누까지 직항으론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비행인데 700유로 정도 줬다. 700 유로면 니아메에서 파리도 왕복할 수 있는데 말이다. 


- 8시 35분 출발이라던 비행기는 아무런 통보도 없이 9시 55분에 출발하고, 공항에 도착하니 체크인 따위는 시작할 생각을 안 한다. 9시 55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40분을 날아서 부르키나파소 수도인 와가두구에 도착. 사람들을 내리고 태우고 다시 출발해서 1시간 20분을 날아서 토고 수도인 로메에 도착한다. 그런데 날씨가 안 좋다면서 거의 다 와서 비행기가 움직이지를 않는다. 이대로면 내 비행기도 놓칠 판인데,, 사람들은 죄다 평안하다. 결국 2시간 가까이 걸려서 도착. 급한 마음에 서둘러 게이트에 도착하니 역시나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연착된단다. 2시 20분에 출발한다는 비행기는 3시 30분 가까이 되어서 출발했다. 그리고 나니 20분 날아가니 코토누이다. 20분 날기 위해서 2시간 30분을 연착하는 이 상황이란…


-아프리카 출신 동료들도 우스갯소리로 직항이면 2시간이면 가는 거리지만 사실 아프리카 항공사들을 이용하는 것보다 프랑스 거쳐서 가는 게 더 빠르다고 한다. 아프리카…. 아… 아프리카…


# 코토누

- 그렇게 코토누에 도착하니 불길한 예감대로 예약했던 호텔에서는 픽업을 나오지 않았다. 이런~~~~ 공항에서 호텔 거리가 멀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택시 아저씨들을 뿌리치고 일단 공항 밖으로 나왔다. 작은 나라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달려들고 그러지는 않는다. 모토 기사들이 말을 거는데 그중에 순해 보이는 사람의 모토를 타고 출발. 

하지만 숙소를 코앞에 두고 2시간 넘게 헤맸다. 숙소 매니저는 전화를 받지 않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돕겠다고 나서는데 믿을 놈이 없다. 다들 잘 모르면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 같다. 역시나 구글맵이 최고인데 구글맵을 따라 가도 집이 안 나온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그 이름의 숙소가 2군데가 있고, 내가 처음 찾아갔던 곳은 중국인 단체가 6개월간 장기 임대를 했단다. 그래서 경비원이 모또 기사에게 다른 곳에 찾아가 보라고 했는데 결정적으로 그 말을 불어가 아닌 현지어로 해서 내가 못 알아들은 것이다.) 기사는 집 앞까지 왔다가 아무런 표시도 없고 사람도 안 보이고 하니 아닌가 보다 해서 그냥 계속 헤매고 말이다. 도저히 대책이 안 서서 기사에게 돈 더 주고 보내려고 하니 처음에는 찾을 때까지 같이 있겠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돈을 더 줘야 간단다.

약간 화가 났지만 그래 봤자 2천 원 남짓이라 그냥 줘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 와서 나를 찾아가지고 왔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화를 한번 내주고…(내가 역시나 까칠하다… 불어로도 따질 수 있다는 게 은근히 자랑스러웠다.) 덕분에 한 단계 높은 룸으로 업그레이드받고 물 한병 공짜로 얻고… 코토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식당- 리빙스톤-에 가서 해물 피자와 생맥주를 시켜서 자축을 했다. (결국 안 먹던 맥주를 먹어서 다음날 설사를 하긴 했지만 말이다.)

베냉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나라였는데 내가 이렇게 와 있다니 새삼 감개무량. 그리고 술 마시는 사람들, 더운 날씨에 자유롭게 옷 입고 다니는 남녀들, 약간은 흥청이는 금요일 밤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참고로 니제르는 무슬림 국가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 내가 묵던 호텔 직원은 베냉에서 최고로 맛있는 일본 음식점이 있다며 강력 추천했다. 신선한 초밥이 있다면서, 모든 외국인이 좋아한다고도 말했다. 그래서 저녁식사 시작하는 시간을 맞춰서 출동.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었 탓일까. 회초밥을 생각했던 음식은 정체불명의 마키였고, 새우 라멘이라고 불렸던 음식은 중국식 면이었고, 애피타이저는 태국에서 많이 봤던 새우칩이었다. 그래도, 이런 것도 없는 니제르에 비하면 만족했다. 음식 사진을 잘 안 찍는 내가 감동해서 사진을 찍었을 정도니 말이다. 


- 바다를 보았다. 에메랄드 빛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는 아니었지만 내 고향 부산이 생각나는 바다였다. 별로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수상마을에도 다녀왔다. 하지만 다른 아프리카에서도 그랬듯이 여기서도 배를 운전하는 것도, 고기를 낚는 것도, 잡은 고기를 다듬고 물건을 파는 것도 등 뒤에 애를 둘러업은 여인네들이어서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내가 열심히 일하는 남자들을 못 봤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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