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_내가 사는 동네

by 아카

내가 사는 곳은 ville de Geneve의 Servette이란 동네이다. 도시의 중심(?)인 코르나 방역을 기준으로 제네바 공항 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동네이고, old town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제네바가 한참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지어진 주거단지인 듯하다.


제네바에 도착한 후, 스위스 할머니와 함께 사는 4달 동안 나는 어디가 되었든 간에 나 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 도시를 잘 알기도 전에, 집 광고만 나면 무조건 저녁시간에 집을 보러 다녔고 서류를 30장씩 준비해서 언제든 regie(부동산 에이전트)에게 낼 준비를 하고 다녔다. 결국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이 모든 과정과는 달리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의 집을 이어받아서 살게 되었다.

그래서, 원래 살던 Plainpalais (제네바의 남쪽이고, 친구들도 이쪽에 많이 살고 있다. 호수와도, old town이나 시내와도 조금 더 가깝다. 놀 거리도 이 쪽이 조금 더 많은 듯하다)에서 Servette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곳 사람들이 하는 말이, 북쪽에는 주로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남쪽에는 스위스 토박이들이 많이 산다고 하던데... 꼭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확실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국제도시 제네바의 축소판인 것 같다.


우선 내가 살고 있는 층에는 5세대가 있는데, 은퇴한 스위스 커플, 독일어 사용하는 지역에서 온 스위스 청년, 남미에서 온 듯한-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겠다- 커플, 한국 사람인 나, 그리고 거의 매주마다 살고 있는 사람이 바뀌는 집- 나는 에어비엔비인 게 확실하다고 생각되는데 확증은 없다- 이렇게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이란 출신 캐나다 시민권을 가진 할아버지, 항공사에서 일한다는 튀니지 사람, 포르투갈 출신 아줌마, 세네갈에서 온 가족, 인도에서 온 커플까지.... 굉장히 다양한 편이다. 우리 아파트 우편함을 살펴봐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프랑스 이름은 그렇게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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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만든 스위스 가이드북을 우연히 읽어보니, 제네바는 국제도시이지만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이민자가 많아서 소매치기나 도난에 각별히 조심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독일어권 스위스에 살고 있는 내 스위스인 친구는 제네바는 절대! 일반적인 스위스가 아니고, 물가가 비싸고 더럽고 혼란스러우며 스위스에서 가장 테러의 위험이 높은 곳이라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


물론, 다른 스위스 도시에 비해서 약간 지저분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무질서하기도 하고 다른 도시만큼 압도적으로 이쁘지도 않지만, 나는 제네바가 좋아지고 있다. 동양인 여자인 나는 이제까지 살아왔던 여러 나라에서 늘 남들과 같지 않은, 눈에 띄는 존재였지만 내가 사는 이 동네에서는 그냥 이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일 뿐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해서이다. 물론 차별이 없는 것은 아니고, 스위스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외국인정책 역시 고스란히 있지만, 적어도 넌 왜 우리와 다르니?라는 물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 편안하다.


언제까지 이 동네에서 또 제네바에서 살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맞는 두 번째 여름은 이제 익숙함으로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위의 사진은 4월의 어느 날 우리 집에서 바라본 무지개였다. 소나기가 한참 내리더니 저렇게 예쁜 무지개가 짠 하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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