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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 Jul 26. 2020

제네바_내가 사는 동네

내가 사는 곳은 ville de Geneve의 Servette이란 동네이다. 도시의 중심(?)인 코르나 방역을 기준으로 제네바 공항 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동네이고, old town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제네바가 한참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지어진 주거단지인 듯하다. 


제네바에 도착한 후, 스위스 할머니와 함께 사는 4달 동안 나는 어디가 되었든 간에 나 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 도시를 잘 알기도 전에, 집 광고만 나면 무조건 저녁시간에 집을 보러 다녔고 서류를 30장씩 준비해서 언제든 regie(부동산 에이전트)에게 낼 준비를 하고 다녔다. 결국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이 모든 과정과는 달리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의 집을 이어받아서 살게 되었다.

그래서, 원래 살던 Plainpalais (제네바의 남쪽이고, 친구들도 이쪽에 많이 살고 있다. 호수와도, old town이나 시내와도 조금 더 가깝다. 놀 거리도 이 쪽이 조금 더 많은 듯하다)에서 Servette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곳 사람들이 하는 말이, 북쪽에는 주로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남쪽에는 스위스 토박이들이 많이 산다고 하던데... 꼭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확실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국제도시 제네바의 축소판인 것 같다. 


우선 내가 살고 있는 층에는 5세대가 있는데, 은퇴한 스위스 커플, 독일어 사용하는 지역에서 온 스위스 청년, 남미에서 온 듯한-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겠다- 커플, 한국 사람인 나, 그리고 거의 매주마다 살고 있는 사람이 바뀌는 집- 나는 에어비엔비인 게 확실하다고 생각되는데 확증은 없다- 이렇게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이란 출신 캐나다 시민권을 가진 할아버지, 항공사에서 일한다는  튀니지 사람, 포르투갈 출신 아줌마, 세네갈에서 온 가족, 인도에서 온 커플까지.... 굉장히 다양한 편이다. 우리 아파트 우편함을 살펴봐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프랑스 이름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한국에서 만든 스위스 가이드북을 우연히 읽어보니, 제네바는 국제도시이지만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이민자가 많아서 소매치기나 도난에 각별히 조심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독일어권 스위스에 살고 있는 내 스위스인 친구는 제네바는 절대! 일반적인 스위스가 아니고, 물가가 비싸고 더럽고 혼란스러우며 스위스에서 가장 테러의 위험이 높은 곳이라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 


물론, 다른 스위스 도시에 비해서 약간 지저분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무질서하기도 하고 다른 도시만큼 압도적으로 이쁘지도 않지만, 나는 제네바가 좋아지고 있다. 동양인 여자인 나는 이제까지 살아왔던 여러 나라에서 늘 남들과 같지 않은, 눈에 띄는 존재였지만 내가 사는 이 동네에서는 그냥 이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일 뿐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해서이다. 물론 차별이 없는 것은 아니고, 스위스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외국인정책 역시 고스란히 있지만, 적어도 넌 왜 우리와 다르니?라는 물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 편안하다. 


언제까지 이 동네에서 또 제네바에서 살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맞는 두 번째 여름은 이제 익숙함으로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위의 사진은 4월의 어느 날 우리 집에서 바라본 무지개였다. 소나기가 한참 내리더니 저렇게 예쁜 무지개가 짠 하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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