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카 Jul 26. 2020

추억 한 스푼_ 휴가 @ 베냉 3

# 위다


- 나는 위다라는 작은 도시의 너무 구석진 게스트 하우스에서 유일한 게스트로 머물렀다. 이곳은 에어컨이 없지만 싸고 정원이 예쁜 숙소이다. 그랑 포포에서도 내 방갈로에선 인터넷이 안되었지만 그대로 식당에 가면 인터넷을 쓸 수 있었는데 여긴 아예 그런 게 없다.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쉬는 데는 더 적당한 것 같다. 이렇게 글도 쓰게 되고, 영화도 보게 되고 백만 년 만에 음악도 듣게 되고 말이다. 


- 이 도시는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는 숙소에서부터 노예의 길이라는 바다 끝까지 가는 길을 7킬로 정도 걸었다.  노예를 사고파는 place de chacha라는 광장이 있고 그 이후에는 먼 길을 떠나게 되는 바다까지 이르는 길인데 수백 년도 지난 일이지만, 가슴이 참 아팠다. 

같은 동족을 팔아넘겼던 사람들도 그렇고- 1000프랑 내고 갔던  위다 박물관의 조잡한 전시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노예무역에서 이득을 봤던 이들은  결정적으로 그들의 왕이었다는 코멘트였다-. 이 길을 떠나면 다시 못 돌아오는 사람들의 심정도 그렇고… 우연히 읽고 있던 책이 12 years as a slave여서 미국 남부에서 노예들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를 너무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더더욱 착잡했다. 



- 아이티에서 온 내 동료는 베냉으로 휴가를 간다는 나에게 아프리카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모두들 자기더러 베냉 사람처럼 생겼다고 했다면서 자기 고향으로 놀러 간다면서 자기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아이티는 멀어도 너무 먼데, 여기서 아이티며 브라질까지 가서 혹사당하고 학대당했던 슬픈 역사. 그리고 자기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는 현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아무튼 착잡한 마음으로 명상하듯이 왕복 10킬로를 걸었다. 수많은 모또 기사들이 나를 유혹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걸어와서 Zinsou foundation의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왔다. 아이스 네스프레소에  갸토 쇼콜라 그리고 시원한 바람까지 거기다 와이파이까지. 4천 원이 정말 아깝지 않았다. 어제 전시 보러 왔다가 왜 여기를 안 들렀는지, 한 번밖에 올 기회가 없다는 데 슬퍼했다. 그냥… 그렇게 사소한 거에 감동하게 된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깨끗하고 편안한 소파, 친절한 서빙 보는 직원들, 맛있고 위생적인 커피, 조용한 분위기. 거기서 책을 읽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 기분. 아무것도 아닌데 너무 좋았다. 이런 걸 내가 잊고 살았고 그래서 더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추억 한 스푼_ 휴가 @ 베냉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