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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 Jul 30. 2020

스위스_ 그린델발트 & 주변 걷기 1  

2020년 7월.


사흘 휴가를 내고 주말을 포함해서 그린델발트에 베이스를 두고 주로 걷기를 했다. 한국인들에게 워낙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정작 나는 스위스에 여러 번 와도 또 살면서도 이곳까지 올 기회가 없었다. 

특히 여름에는 이쪽 동네에 올 엄두를 못 냈는데, 코로나 덕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좋은 풍경을 맘껏 즐길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나는 등산을 좋아하거나 잘하지는 않지만 걷는 것은 좋아하고 곧잘 하는 편이다. 스위스는 하이킹 트레일이 정말 무궁무진해서 어느 지역을 가도 풍경이 괜찮은 걸을 만한 길이 있고, 표지판도 노란색으로 선명하게 잘 표시되어 있다. 엄청나게 힘든 등산은 하지 않았고, 케이블카든 곤돌라든 올라가는 게 있으면 탔다. 모든 길을 혼자 걸었고 때론 지나가는 사람 없이 오롯이 혼자였지만 위험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가는 등산객들은 모두들 상냥하게 인사를 했고, 내가 길을 잃은 듯 두리번거릴 때는 놀랍게도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타나서 길치인 나를 도와주었다. 


#기차표

내가 사는 제네바에서 그린델발트는 좀 멀다. 갈 때는 제네바-로잔-베른-인터라켄-그린델발트 이렇게 기차를 세 번 갈아탔고, 3시간 반이 좀 더 걸렸던 것 같다. 기차표는 할인된 표가 아니면 웬만한 유럽의 도시 가는 비행기표만큼이나 비쌌다.  1달이 좀 안 남은 상태에서, 나는 스위스 기차 반값 할인권이 있는 상태에서 가는 데 30프랑 정도 지불했다. 

돌아오는 날에는 기차를 마음껏 탈 수 있는 일일 권을 49프랑에 사서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기차를 탔다. 전반적으로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베른에서 툰까지는 오고 갈 때 모두 사람이 정말 많았다. 마스크는 필수였다, 안 쓰는 사람들도 왕왕 있지만.  


# 숙소

한국인들 사이에서 그 유명하다는 앨리스 할머니네의 아이거 북벽이 보이는 방에 묵었다. 사실  스위스 여행정보가 있는 카페 같은 곳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앨리스 할머니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다른 호텔을 예약을 해 놓은 상태였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그린델발트를 찾다가 앨리스 할머니네 집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보았고, 한국인들이 여행을 올 수 없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일을 보내니 바로 예약이 되었다. 위의 배경 사진이 그 집 테라스에 앉아서 찍은 것이다. 가격도 호텔에 비하면 괜찮은 것 같고, 뷰도 만족스러웠고, 깨끗하고 방도 혼자 지내기에는 적당했다. 

한국사람들의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덕분에 누군가가 남겨놓은 정이현의 소설책을 아껴가면서 읽었고, 맥심 커피믹스를 거의 10년 만에 맛보게 되는 호사를 누렸다. 

할머니는 코로나 때문에 예약이 많이 취소되어서 올해는 상황이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한국인들이 올 수 없으면 메일로 못 온다고 취소를 해줘야 하는데 아예 소식이 없어서 다른 숙박객을 받을 수가 없다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기는 했지만, 아주 특별하다고도 생각되지는 않는다. 비슷한 가격대의 숙소들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이고, 특히 1주일이 넘게 숙박하면 가격이 훨씬 저렴해서 - 스위스 사람들은 대체로 주 단위로 예약을 하는 듯했다. 그 집에 내 옆방에 묵던 스위스 사람도 2주 동안 그린델발트에 있는다고 했다- 선택지가 훨씬 넓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1주일을 그린델발트에 머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 그린델발트 시내

그린델발트라는 동네 자체가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곳이고 기차역에서 높은 산들을 볼 수 있어서 처음 도착했을 때는 그 웅장함에 약간 압도당했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고 북적대고 젊은 사람들이 많은 듯하고, 아기자기하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위스 산골마을이라 하기에는 좀 번잡했다. 아마 내가 그 전 주에 너무 조용한 Saas Fees를 다녀와서 그럴 수도 있고, 다른 쪽인 벵엔을 가 봐서 그럴 수도 있다.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산의 풍경이나 갈 수 있는 하이킹/ 트레킹 코스를 생각한다고 해도 다음번엔 벵엔이 더 나은 것 같았다. 하지만 벵엔은 숙소 가격이 전반적으로 더 비싸다고 하더라. 

놀랍게도 나의 스위스인 동료들은 - 모두들 제네바나 보 칸톤, 즉 불어를 사용하는 스위스인- 그 누구도 그린델발트나 융프라우 등등 이 동네를 가본 적이 없었다. 독일어권 스위스 쪽으로는 여행을 갈 기회가 없다고 했고, 산을 보려면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알프스를 가면 된다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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