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함께 모임을 나갔다. 30명이 넘는 제법 규모가 있는 모임이었다. 반가운 얼굴은 1/3 정도,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 그래도 '여행'이라는 공통사를 두곤 만난 사람들이었기에 금방 친해졌다.
닌나 씨와 난 이런 동호회적 모임에 가면 따로 앉는다. 자주 못보는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어느덧 자정이 훌쩍 넘었다. 이 시간까지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파티는 이어져야만 하는 법.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 사이 갑자기 한 사람이 닌나 씨에게 시비를 걸었다. 우리 둘이 커플룩을 입고 있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처음 본 사람인데 틱틱 말을 비꼬며 무례하기 그지없었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취해서 그렇다며 말리고, 닌나 씨는 특유의 차분함으로 넘겼다.
우리끼리 이차를 갔다. (정말 맛이 없는) 조개탕 + 칼국수를 먹으며 신나게 조개도 까고 그 사람도 깠다. 알지는 못하지만 불쌍한 사람이라며, 둘이 분을 삭혔다. 둘 앞에서만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오바도 섞어가면서.
살아가면서 만나는 여러가지 풍파에 그나마 의연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가 있어서다. 나와 공감해주고, 나만큼 기뻐해주고, 나보다 더 화를 내준다. 그 진심이 전해져 기쁨은 두 배가 되고 아픔은 사그러 든다.
술집을 나설 때 쯤 이미 둘 다
아, 속 시원하다,
그 사람 얼굴조차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