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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사람 May 05. 2016

가사로 보는 시에 대한 이해 #005

박효신, <야생화>

박효신, <야생화> 뮤직비디오


아무 말 못 했던
이름도 몰랐던
지나간 날들에
눈물이 흘러

- 박효신, <야생화>에서

      오늘은 '확장하기'이다. 이는 다의어에서 괴장히 유사하게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단어 [손]을 생각해보자.


1) 넘어져 손을 다쳤다.
2) 그 일은 손이 많이 간다.

      1)의 '손'은 신체의 일부를 가르키는 단순한 1차적 의미이지만, 2)의 '손'은 거기서 확장되어 2차적 의미, 즉 [수고]의 의미를 가지게 됬다.


      시에서의 '확장하기'는 이보다 차원이 더 높다. 그러니까 3차적 의미를 가지게 한다는 말인데, 위 가사의 '이름'이 그렇다. 본인의 휴대폰을 한 번 들여다보자. 그것의 본질은 본래 여러 금속, 플라스틱 소재로 이래저래 만들어진 길쭉한 사각형 모양의 물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휴대폰'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갖는지 확실히 안다. 이를 바탕으로 '이름도 몰랐던/지나간 날'을 얼추 해석해보자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지나간 날"이 된다. '이름'이라는 단어의 '확장하기'가 다음 시와 매우 유사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싶다

- 김춘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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