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하는 사람 May 06. 2016

가사로 보는 시에 대한 이해 #006

노을, <함께>

KBS1 '열린 음악회' 1096회 _ 노을, <함께>


복잡한 세상을 해결할 수 없다해도

언젠가는 좋은날이 다가올거야
살아간다는건 이런게 아니겠니

함께 숨쉬는 마음이 있다는 것

그것만큼 든든한 벽은 없을 것 같아

그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서


- 노을, <함께(원곡 박광현)>에서


     어느날 누가 '시가 뭐냐'고 물어 온다면 뭐라 답할까 고민했던 적이 참 많았다. 물론 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답을 찾아야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시를 탐구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번에 첫번째 답을 드리려 한다. 시는 '단어의 3차적 의미를 찾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가사로_보는_시에_대한_이해 #005에서 시어의 3차적 의미를 다루었던 적이 있다. 


1) 벽에 기대다

2) 냉전의 벽을 허물다.


     쉽게 다시 설명하자면 단어 [벽]의 1차적 의미(즉, 중심의미)는 구조물을 뜻하고, 2차적 의미(즉, 주변의미)는 장애물, 방해물, 또는 단절의 뜻을 가진다. 이것이 다의어 [벽]이 가지는 사전적 뜻의 전부다. 하지만 위 가사의 '벽'은 어떤 사전적 뜻과도 거리가 멀다. 이 같은 경우 창작자가 단어에 3차적 의미(시적의미)를 부여한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위 가사의 '벽'의 3차적 의미는 [벽]의 2차적 의미와 완전히 상반된다. 우리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드는 것도 [벽]이겠지만, 우리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것 또한 '벽'이라는 창작자의 지혜가 담겨있다.

     물론 이 비유가 흔하고 시시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배우고, 듣고, 본 수 많은 비유들이 어느 창작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에야 장미를 여자에 비유하는 것이 식상한 일이겠지만, 처음으로 장미를 여자에 비유한 사람은 천재적인 시인임에 틀림없다.



원곡 박광현의 <함께(Duet. 김건모)> MV.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