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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사람 May 05. 2016

가사로 보는 시에 대한 이해 #004

시나위,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

KBS2 '불후의 명곡' 임재범편에서 부른 산들(B1A4)의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


그대 앞에 흰 국화꽃 한 송이는
크게 뜨는 내 눈에 눈물이었고
시작도 끝도 없는 사랑이기에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


핑크빛 커피 잔에 흐르는 노래는
화사한 여인의 달콤한 미소도
내 뺨 위에 눈물은 지울 수 없어라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


그대를 진정 사랑하리라
나만이 홀로 잊지 않으리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


- 시나위,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


#1
고절(孤節)을 상징하는 흰 국화는 죽은 이의 넋을 기리는 데에 널리 쓰이는 꽃이다.


#2
화자는 '시작도 끝도 없는 사랑'이기에 본인은 '그대' 앞에 '촛불'이라 한다.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의 '촛불'의 이유가 처음 드러나는 구절인데, '시작도 끝도 없는 사랑'이 무엇일까? 만약 '끝도 없는 사랑'이었다면 고개가 끄덕여지겠지만 '시작'조차도 없다 하니 난해하다. 우리가 '촛불'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3
'핑크빛 커피 잔'에 흐르는 '노래'는 어떠할까? 그냥 '커피잔'도 아니고 '핑크빛 커피 잔'에 흐르는 노래다. 그럼에도 화자의 눈물을 지울 수 없고, '화사한 여인의 달콤한 미소'도 마찬가지다. 화자는 그저 '그대 앞에 난 촛불'이라고 외칠 뿐이다. 촛불을 상상해보자. 하얗고 기다란 몸통과 그 꼭대기의 심지에 사람 머리 같은 불꽃이 조용히 떨린다. 한동안 타오르며 심지 주변에 촛농이 고이더니 결국은 넘쳐서 몸을 따라 흘러내린다. 그것을 보고 어찌 '눈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4
화자는 '그대'를 오직 '나만이', '홀로' 잊지 않겠다 한다. '나'만이 오직 진정한 사랑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화자의 의도는 사실 맨 첫 소절에 이미 나왔다. 왜 국화꽃이 '한 송이' 뿐이었겠는가! '그대' 앞에 놓여진 국화꽃은 많았겠지만 화자는 오로지 '한 송이'이라 한다. 나의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는' 사랑이라 말하고 싶은 것 처럼. 이제야 '시작도 끝도 없는 사랑'이 이해가 된다. '그대'를 향한 그 누구의 사랑 보다도 위에 있는 즉, 초월적인 사랑을 말하고 싶었던 것같다. 하지만 사랑의 대상인 '그대'는 죽었다. 그래서 화자는 '그대' 앞에 '촛불'일 것이다. '촛불'은 눈물 흘리는 화자의 모습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대'를 향한 추모가 담겨있다.


#5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이가 있을 것인데, 백이면 백 이렇게 자부할 것이다. '그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나(우리)'라고, '내(우리)가 그이를 누구보다도 더 사랑한다.'라고.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는 그러한 우리의 사랑을 잘 그려준 시(詩)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대_앞에_난_촛불이어라
시나위 1집 '헤비 메탈 시나위(Heavy Metal Sinawe)(1986)' 수록곡으로 시나위 초기 군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보컬 주준석을 추모하기 위해 시나위 멤버인 신대철이 작곡, 안준섭이 작사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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