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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사람 May 05. 2016

빅뱅

엽편소설 #003

        "우리의 욕구가 어디서 부터 왔는 지 아니?"


    녀석은 참을성 없이 오징어 촉수 하나를 뜯어 물며 지껄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욕망, 욕망 하면서도 보통은 그걸 궁금해 하질 않는단 말야?"


    나는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걸 다스려야 된다고 생각은 하면서, 그게 우리의 탄생과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건 신경도 쓰지 않지."


        "그게 어쨌단 건데?"


        "잘 들어봐. 어제 내가 기막힌 생각을 해냈단 말야. 너는 욕망이 왜 생겨났다고 생각하니?"


    나는 그의 이상한 물음에 열심히 대꾸할 맘이 없었다. 눈 앞에 술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글쎄."


        "그건 알게 모르게 우주의 과정을 촉진하고 있지. 그게 이유야. 우리는 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존재지. 아니 그래서는 안 돼, 우주의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욕망이라는 장치를 만든거야. 나는 신을 믿어! 하지만 내가 믿는 건 종교적 신이 아니야. 과학적 신이지! 생각해봐 이 우주의 탄생을 저지른 장본인은 분명 존재해! 신은 바로 그거지!"


    그가 우주라던가, 신이라던가 열심히 짖어대기 시작하자 나는 그를 완전히 차단했다. 차단하고 나의 세계로 들어왔다. 나의 그녀가 웃는다. 거기엔 우주도, 신도 없다. 오로지 평화만이 있다.


        '평화...'


        '평화...'


        "평화..."


        "그래! 평화는 있을 수 없지!"


    나는 그의 말에 취기 속에서 끌려 나왔다.


        "없다고?"


        "평화는 주인 없는 이름에 불과하지."


    나는 그의 눈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은 침몰하고 있었다. 나는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침몰이라던가, 주인 없는 이름이라던가.


        "생각해봐 역사 속에 평화가 존재했던 시대는 없다구. 신은 평화따위 바라지 않아. 그는 다시 폭발을 준비하고 있어. 만유인력으로, 우리의 욕망으로 말이야."


        '폭발. 그래 폭발의 연속이었지.'


- 정승한,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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