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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사람 May 05. 2016

귀족들

엽편소설 #002

  "그리스의 철학자 하면 누가 있나요?"


 과학사 교수가 과학과 철학이라는 파트를 시작하려는 참이다. 학생 하나가 자신있게 탈레스를 외친다.


  "네, 탈레스! 인류 최초의 과학자로 인정 받는 분이죠."


 그리고 여기저기서 아르키메데스, 플라톤 등이 쏟아져 나왔다.


  "더 누구 없을까요? 유명한 수학자인데?"


 교수는 손으로 삼각형을 그려보였다. 아무래도 피타고라스를 원하는 듯 했다. 그에 응하듯 학생들은  피타고라스를 불렀다.


  "네, 그렇죠. 그렇다면 여기까지 나온 사람들이 철학자인 동시에 뭐였죠? 네, 과학자입니다. 또 이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과학자. 철학자. 또 무엇이? 남자라는 점?


  "이들의 신분이 뭐였을까요?"


 아, 귀족.


  "네, 이들 모두 귀족 출신이었기 때문에 생업에 종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


 귀족?


 그렇다면 나는 귀족인 걸까? 요즘 나는 철학자이고 과학자다. 수학, 문학, 음악. 내 주변에 놀이라는 건 없다.

 돌이켜 보면, 삼시세끼 언제나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었고, 자고 싶을 때 고요한 내 공간에 편히 누울 수도 있었다. 생활이 분명 편안했다. 철학자가 될만큼. 나는 귀족이었다. 그리고 여기 대부분이 분명 귀족들일거다. 생활과 한참이나 멀어보이는 과학사를 열심히 토론하고있다. 분명 수업이 끝나고 먹으러, 마시러, 부르러, 자러 갈 '생업에 종사할 필요가 없'는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눈들이 떨린다. 불안하다. 귀족들인데. 우리는 분명 귀족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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