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 #001
‘내가 시를 좋아하는 건 매우 수학적이기 때문이야!’
오늘 낮에 어린 그녀에게 하지 못한 말을 계속 되뇌었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건 매우 과학적이기 때문이지!'
“우리 만난지 얼마나 됐지 오빠?”
사람이 많아 유난스럽던 커피숍에서 그녀는 이렇게 대화를 꺼낸다.
“글쎄.”
난 우리가 만난 월 수를 3까지 세아리다 관둔다.
“오빠, 장난치지마 내일 우리 100일이자나!”
커피숍 테이블마다 커플들이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저들은 100일이 지났을까? 그녀에게서 ‘100’이라는 숫자를 듣자마자 생각한다
“오빠, 내일 우리 뭐 할거야 응, 응?"
그녀의 ‘뭐 해줄 거야?’를 듣는 순간 나는 더욱 더 커피숍을 생각한다. 그러니 노래가 들리는 것 같다.
“노래가 좋네!”
“응? 노래?"
“응, 노래!”
그녀는 그제서야 나에게 눈을 떼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커피를 한 모금 한다. 하면서 노래를 생각하는 것 같다. 커피잔을 놓는 순간.
“응, 나도 좋은 거 같아.”
“그래? 너는 왜 좋아?”
나는 그녀의 반응을 듣고 참을성 없이 내뱉는다.
“응? 그냥... 좋아.”
“그냥?”
“응, 그냥.”
“그냥 좋은 게 어딨어?”
“오빠도 참!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는거야!”
그렇게 다시 커피숍의 연인들을 생각했다. 저들도 이유가 없는 걸까?
“그건 그렇고 우리 내일 뭐 할거냐구, 응?”
"...저기, 나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 길로 나는 여기 이불에 덮혀있다.
‘내가 시를 좋아하는 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보는 것 같기 때문이지!’
어린 그녀와의 휴대폰 메시지 창을 켰다. 온갖 불편한 말들이 눈을 쑤셨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건 다윈의 진화론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