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이지 않는다

- 시 -

by 해말가


가까운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먼 것도 잘 보이지 않는다.


눈이 그러한 까닭인지

마음도 따라 그러하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애써 보려니까

눈이 찢어지는 듯 아리고 까끌거린다.

마음이 갈기갈기 쓰라리고 따끔거린다.


눈을 감으면 마음이 닫힌다.

눈을 뜨면 마음이 다친다.

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보고 있으면 모르고 싶다.

눈을 감아야 할지 떠야 할지

눈에서 비릿한 쇳물이 흘러내린다.


한 손으로 마음을 잡고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손가락 뒤에 숨은 눈으로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만큼

본다.


잘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