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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말가 Aug 25. 2024

스마트한 일상

넘어야 할 스마트가 스마트하지 않아요.

 여름의 끔찍했던 무무무무무더위에서 벗어나 가을인가 싶었는데 벌써 바람이 차갑네요. 안녕하세요,  [502의 라디오브런치]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입니다.


 오늘은 스마트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여러분은 스마트 기기 잘 활용하고 계신가요? 저도 나름 잘 사용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0대에 아날로그로 시작하여 40대 중반까지 디지털 기기로 작업을 했었죠. 어느 정도 사용할 만큼만 사용하면서 살면 되는 디지털 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접고 솥뚜껑 운전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더니 지금의 스마트한 디지털 세상을 따라잡지를 못하겠어요.

빨라진 업그레이드, 한발 늦은 정보 습득, 현저히 떨어진 스마트함, 저의 이런 뒤떨어짐이 저만의 문제인 것인지 스마트 세상에 대해서 우리 502님들의 이야기를 받아봤습니다.

서울에 살고 계신 502님의 사연 들어볼게요.


 안녕하세요, 서울에 사는 502 이나은이라고 해요. 저는 오영님보다도 더 스마트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입니다. 복잡한 거 싫어하고, 상상하고 공상하는 거 좋아하고, 먹는 거보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매우 약간 귀차니스트입니다. 스마트폰도 기본 어플들만 다운 받아서 사용하고 있답니다.

저는 작은 헌책 서점을 하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책 읽고 글 쓰고 하는 것이 일상이라 밖에 나갈 일도 그리 많지 않아요. 외출을 할 때는 자차가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현금을 받지 않는 버스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어요. 돈이 있어도 교통카드가 없으면 버스를 타지도 못해요. 좀 이상해졌어요. 카드도 카드지만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찍고 타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결제도 다 스마트폰으로 하잖아요. 전통시장에서도 계좌이체로 결제하고 그러더라고요. 동전 없는 세상에 이어 현금 없는 세상 온다더니 정말 그렇게 됐나 봐요. 그래도 전 어플 깔고 등록하고 그런 것들이 당최 귀찮아서 그냥 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가야 했습니다. 집에서 나와 택시를 잡으려는데 택시를 잡을 수가 없었어요. 택시들이 빈택시가 아니거나 거의 예약 택시라 세우질 않더라고요. 요즘 택시는 어플로 예약해서 이용한다고 듣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길에서 택시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정말 놀라고 당황스러웠어요. 고령의 엄마를 데리고 버스를 탈 수도 없고, 40분 정도 길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팔만 허우적거렸습니다.

정말 화가 나더군요. 에라이 정말 버스 타고 가야 되나 봐-싶던 순간 택시 한 대가 저희 앞에 섰습니다. 손님을 태우고 가다가 저희를 보셨대요. 택시를 잡는 건가 싶어서 손님을 목적지에 내려주고 일부러 와보셨대요. 그리고 태워주셨습니다.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기사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택시 잡는 거 같아서 와봤더니 아직도 계시네. 택시 어플 깔아서 콜 불러야지요, 요즘은 길에서 택시 잡기 힘들어요.”

저는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어요. 병원에 내리는 순간까지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복 많이 받으실 거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날 이후 택시 어플을 깔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용은 못해봤어요. 그리고 조금씩 필요한 어플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불편하지 않게 살기 위해, 불평등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요.


나은 502님 정말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저도 최근 몇 년 동안 택시를 잡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상황인지도 몰랐어요. 음…. 그럼 어르신들은 어떻게 택시를 이용하실지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스마트 도구 공부를 하시게 되셨네요. 응원합니다. 나중에 알꿀팁 몇 개 알려주세요~.

자 그럼 이번에는 청주 502님 이야기 들어볼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청주에 살고 있는 정주민 502입니다. 저는 스마트 세상이 된 것이 너무 좋아요. 아이 낳고 경력단절되고 나서 우울증도 있었는데 튜브나 폼폼, 블로그, 카페들을 보면서 많이 위안을 얻었고요, 많은 정보도 얻었습니다. 공부도 공짜로 할 수가 있었어요. 포인트 모으기 같은 앱테크로 시작해서 인터넷으로 돈 버는 방법도 배워서 요즘은 직장인 월급만큼은 아니지만 그 반 정도는 벌 수 있게 됐어요. 직장에 다니지 않고 사람에 치이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차비도 안 들고 밥 값도 따로 안 드는 재택알바를 하게 되었답니다.

인터넷은 그렇더라고요. 물론 다른 직장도 그럴 수 있지만, 내가 일한 만큼 벌게 되더라고요. 그 점이 참 편하고 합리적인 거 같아요.

웹, 앱, 어플 등 각종 사이트에서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꽤 됩니다. 돈 쌓이는 맛에 잠깐 미친 듯이 매달렸다가 시력감퇴, 손목통증, 엘보 통증 같은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불안감 같은 스트레스가 온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반의 반으로 정리하고 정말 한 달에 외식 두 번 할 정도만 벌고 있어요. 지금은 이 상태가 참 만족스럽습니다.

중독되지 않게 컨트롤을 잘할 수 있고 현명하게 누릴 수 있다면 없어서는 안 될 시스템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러네요. 주민 502님처럼 스마트 기기와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하고 계시는 분이 참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소소하지만 걷기나 광고보기 같은 앱테크를 하시고 계신다는 의견이 참 많았습니다. 주민 502님은 자신의 환경에 맞게 스마트 세상을 끌어오신 분이네요. 스마트 기기에 지배당하지 않고 현명하게 누리고 계시는 분이셔요. 대단하십니다.

자, 그럼 이번엔 부산에 사시는 502님의 이야기 들어볼까요?


 부산에서 전업주부를 하고 있는 아지매 김온유라고 합니다. 디지털 세상 참 좋지요. 편리하잖아요.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다 되는 세상인데요.

그런데 제가 요즘 가장 크게 불편하고 불만으로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휴대폰 본인 인증 시스템입니다. 저는 제 명의의 휴대전화는 없고 남편 명의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남편은 법인폰을 사용하니까 제가 남편의 휴대폰을 그냥 편하게 사용하고 있었어요. 이제까지 불편한 점이 하나도 없었어요. 톡이라던지 은행이라던지 모든 본인 인증은 신용카드나 신분증으로 가능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휴대폰 인증이 안되면 본인 인증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더라고요. 휴대폰이 신분증이더라고요. 이러다가 주민등록증도 필요 없어지겠어요. 하긴 전자 신분증도 나왔다고 하데요. 주민등록증 지참해서 은행을 가도 휴대폰 본인인증이 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는 서비스가 있는가 하면,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 없으면 온라인 수입을 정산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몇십 년 뒤엔 손목에 바코드를 문신하던지 인식표를 심던지 하겠어요. 인식판에 손목 대세요. 띡! 아주 이래 되겠어요. 이러니 휴대폰 잃어버리면 청천벽력이 무너지는 것이 되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느끼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가 통신이 마비되면 다 날아가버리는 겁니다. 전산이 날아가면 통장이 없으니 돈이고 뭐고 내 재산이라고 증명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냥 거지되는 겁니다. 상상만 해도 아주 무섭습니다. 물론 실종자 수색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다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그래도 차선책은 마련해 두면서 디지털화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에우…. 우짭니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제 명의로 휴대폰 개설해야지요. 잘 될 일이 더 많겠지 싶으면서도 한 두 푼도 아닌 휴대폰을 사려니 씁쓸합니다.


저도 김온유 502님의 의견에 완전 공감합니다. 저도 실은 남편 명의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와이파이만 사용하고 전화 문자 인터넷정도만 사용해서 불편함을 몰랐는데 휴대폰 본인인증이 안되면 할 수 없는 것들을 종종 맞닥뜨리게 되더라고요.

명의이전을 할지 제 명의로 휴대폰을 개설할지 고민하고 있거든요. 어쩔까요? 저는 좀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아주 멀리 울릉도에 살고 계시는 502님의 이야기 들어볼게요. 인터넷이 있어서 먼 곳과도 가깝게 이야기할 수 있는 스마트함이 좋긴 하네요.

    

안녕하세요. 울릉도에서 식당하고 있는 502 신정화라고 합니다. 저는 더 대단한 스마트 세상이 더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이나 보건소에서 스스로 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받는 그런 시스템이 빨리 구현 됐으면 바랍니다.

옛날엔 혈압이나 혈당 측정은 의사 간호사만 잴 수 있었잖아요. 근데 요즘엔 혈압 혈당 등등 혼자서 할 수 있는 기계들이 나왔잖아요. 인바디 측정 기계도  있고요. 휴대폰으로 심박수도 측정하기도 하고요.

병원 돈 벌게 해 주려고 자가 의료기기 개발을 더디게 하는 게 아니라면 AI기술 발전 속도만큼 의료기기 발전 속도도 빨라졌으면 좋겠어요. 발전시킨 기술을 비싼 돈 내면서 병원에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상용화가 되었으면 해요.

물론 오남용, 오진 같은 오류가 발생하겠죠. 그건 현재 의료 시스템도 마찬가지잖아요. 기계가 진료할 그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다면 사용 오류도 많이 개선되어 있겠죠.

가장 원하는 건 이거예요. MRI검사기계 같은 데 들어가서 쫙 스캔하면 앓고 있는 질병 목록 쫙 나오는 질병판독기와 질병에 맞는 질병 추적 치료 키트! 이걸 약처럼 사서 먹으면 암이든 관절이든 근육이든 혈액이든 그 병이 되는 원인을 추적해서 치료를 하는 거죠. 요즘도 병 고치는데 병원비와 약값으로 몇천만 원 그냥 깨지는데 이 만능키트가 있으면 그만한 돈 지불 못하겠습니까? 전 삽니다. 시골이나 섬, 의료 사각지역, 모든 곳에 필요한 검사기계와 치료키트입니다.

그렇다고 불사신이 될 수는 없죠. 한계와 제한은 둬야겠죠. 키트가 '더 이상은 가능하지 않음.'이라고 한다면 스스로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고요. 물론 병폐도 따를 것이고 위험도 따를 것입니다. 인간이 하는 의료 행위도 병폐가 있고 오진이 있고, 사망할 수도 있다면서 수술 동의 사인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스마트 세상의 의료 기술이 어떤 병폐와 위험이 따르는지 보게 하루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굉장한 아이디어입니다. 저도 사겠습니다. 제가 병원에 다니는 걸 워낙 싫어하는지라, 자가질병판독기도 이용해 보고 싶고 3회 사용 후 치료 불가능하더라도 키트로 치료하고 싶어요. 그런 스마트 기기라면 대환영입니다.

다음은 김포에 사시는 502님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김포에 사는 502 함주영이라고 해요.

이 얼마나 편한 세상입니까, 일일이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되고, 가족, 친구와 전화비 걱정 없이 소식 전할 수 있고, 집에서 온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고 체험해 볼 수 있고요.

암튼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점이 아주 많습니다. 물론 안 좋은 점도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 이 스마트함이 참 좋네요.

새로운 시대를 잘 누리며 살려면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50살은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세대인데 이 정도 스마트함은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늙었다고, 중년이라고 생각해서 지레 포기하지 말았으면 해요. 우린 할 수 있어요. 아직 청춘입니다. 젊게 살아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고 생각해요. 502님들 노력하고 누리면서 살기를 응원합니다! 멈추지 마세요!


아… 함주영 502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반성이 됩니다. 제가 너무 게으르고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맞아요. 아직 우린 젊습니다. 저도 배우고 노력해야겠어요. 지레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이 가슴에 팍 와닿네요.




확실히 스마트 세상이 좋고, 편하다는 의견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요 스마트한 세상이 됐으니까 누리고 살려면 공부하면서 배우면서 적응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맞죠.

그런데 조금은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는 거죠.

사회적 약자, 노인들, 지역적 편차등을 모두 고려하는 평등한 스마트함을 갖자는 거죠. 마트나 제과점에 갔을 때 그런 장면을 많이 봅니다. 저는 할인쿠폰에 멤버십 쿠폰에 카드 통신 할인 등 각종 할인을 적용한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데 어르신들은 거의 제 가격을 주고 사시잖아요. 너무 억울하잖아요.

아직도 은행 자동화 기기 사용 못하시는 분들 많고요, 병원에 가서 수납, 진료, 검사, 결제 등등 복잡한 수순을 어려워하시는 분들 많아요. 너무 안타까워요. 한 20년 후쯤 제 모습일지도 몰라서, 있어도 사용하지 못해서 손해 보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좀 슬퍼집니다.

그러니까 함주영 502님 의견처럼 스마트함에 너무 뒤처지지 말아야겠어요. 잘 챙깁시다. 게으름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놓치지 말자고요.


오늘은 많이 공감하고 많이 배운 이야기로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502의 라디오브런치]는 긍정의 스마트 세상을 꿈꿉니다. 지금까지 이야기 가이드 이오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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