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아침에 밥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서 브런치로 시리얼 먹고요, 이제 여러분과 이야기 나누고 점심을 또 먹을~
안녕하세요, [502의 라디오브런치]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입니다.
요즘 찰현미의 쫄깃함에 취해 자꾸만, 자주 밥을 먹고 있어요. 그래서 제 옆뱃구리살도 쫄깃디룩해지고 있습니다. 헤훙~~ 제가 밥을 못 참는 핑계 중에 하나 가요, 집에서 방송을 보다 보면 뭔가가 먹고 싶어 진단 말이죠. 먹방이 아닌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그래요. 하지만 작업할 때나 라디오를 듣거나 책을 볼 때는 뭘 먹게 되지는 않아요. 차는 마시게 되던데, 여러분은 어떠세요? 방송 시청을 끊으면 식욕이 조금 줄어들까요?
요즘엔 해외로 여행을 가거나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프로그램을 많이 보게 됐는데요, 그걸 보면서 해외여행이 참 쉬워졌구나-싶더라고요. 아유~물론 내일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제일 굴뚝같죠. 하지만 마음만 굴뚝이죠 뭐... 여행은 무슨!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 야속할 뿐입니다요. 훌쩍.
그래~서! 여행을 다녀왔던 추억을 소환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첫 패키지여행은 어디였나요?
저의 첫 패키지여행은 아무래도 고등학교 1학년 때의 경주로의 수학여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제 인생 최고의 여행이었습니다. 즐거웠어요. 빡빡한 일정도 힘들지 않았죠. 연극 공연도 하고 노래자랑도 나가고. ㅎㅎㅎ 그때만 해도 제가 연예인이 될 줄 알았어요. 딱 그때까지만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거든요. 수학여행, 그야말로 순수했던 청춘의 절정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언제 해외여행을 처음 떠나셨나요? 어학연수로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보셨다는 분, 배낭여행으로 프랑스에 다녀오셨다는 분도 계시고, 와우~ 스케일이 남다르시네요. 그래도 502님들이라서 그럴까요, 신혼여행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보내준 출장이 아니었다면 저도 역시 신혼여행이 저의 생애 첫 해외여행이었을 거예요.
20대에 꿈을 향해 달려가다가 의외의 기회로 첫 해외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25살에 다니던 회사에서 출장으로 떠난 일본 여행이 저의 첫 해외여행이었어요. 그때 처음 여권도 만들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여행이 아니긴 하죠. 전무님 따라서 졸졸 쫓아다니고 동종회사 견학 가고 매장 돌아다니고 그런 것뿐이라서요. 그래도 일정에 따라 움직인 것이니 패키지여행이라고 칠까 봐요. ㅎㅎㅎ 그때 탔던 무지하게 빠른 기차가 신칸센이고 갔던 곳은 나고야 쪽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았습니다.
일본 출장 마지막 밤에 용기 내어 혼자 밤거리로 나갔습니다. 번화가를 걷다가 액세서리 가게에 가서 쇼핑을 하고 잽싸게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어찌나 두근거렸는지 몰라요. 일본어는 한마디도 못하지, 영어는 세 마디만 하지, 끌려(?) 갈까 봐, 호텔 못 찾아올까 봐 진짜 엄청 쫄았었어요.
다음 패키지여행은 신혼여행으로 떠난 방콕•차암입니다. 신혼여행은 무조건 몰디브로 가고 싶었는데 여건이 안 됐어요. 나중에 가자 했는데 아직도 못 갔고 앞으로도 불가합니다. 미혼자 여러분~ 갔다 와서 헤어지더라도 신혼여행은 무조건 좋고 편한 곳으로 가세요. 결혼하고서는 가기 어렵습니다. 진리입니다.
태국, 방콕으로 신혼여행 다녀오신 502님들 많으시죠? 어떠셨어요? 전 완전히 실망이었어요. 패키지여행은 가이드와 구성원을 잘 만나야 해요. 그런데 가이드가 꽝이었어요. 노골적으로 팁 달라고 하고 화투 주고 가라고 하고. 사원 돌아다니는 것도 지치고 쇼핑센터 방문이 코스인 것도 싫었어요. 거의 강매하는 것 같아서 전 하나도 안 샀어요.
더운 날씨도 지치고 원숭이도 깡패처럼 껄떡대고 엎친 데 덮친다고, 타고 다니는 버스가 창문이 안 열리는 버스인데 에어컨이 고장이 난 거예요. 그런데 시내에서 차까지 정체로 막혀서 두 시간이나 차 안에 갇혀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정말 얼마나 숨 막혔는지 폐소 공포증이 그때 생긴 것 같아요.
그나마 왕의 휴양지라는 차암이라는 곳에서는 관광은 다니지 않고 호텔에서의 자유시간이었어요. 하루 종일 수영하고 놀고 그때만 좋았네요. 벌써 25 년 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해졌습니다만 신혼여행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패키지여행은 그리 좋은 게 아니구나라는 기억을 남겼네요.
다음으로 갔던 패키지여행은 제주도 여행이었습니다. 결혼하고 1년 정도 됐을까 남편이 느닷없이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제주도 패키지여행상품을 샀다는 거예요. 지인 특별가로 살 수 있었다면서. 국내 여행은 어르신들 아니면 패키지로 잘 가지 않잖아요. 그래도 이미 예약을 했다니 가야죠. 그렇게 여름휴가로 제주도 패키지여행을 떠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패키지 팀원분들 나이 지긋하신 분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분들, 지금의 저와 같은 502님들이셨나 봅니다. 그때는 모두 늙다리들로 보여서 우리만 따로 놀았었는데 그분들이 지금의 저였네요. 쩝.
정말 강행군인 일정이었습니다. 제주도에서 한라산만 빼고 유명하다고 하는 곳은 다 돌아다닐 셈이었나 봅니다. 저는 저 늙다리분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어요. 대단하신 체력의 여행자분들이셨습니다. 또다시 신기하게도 호텔방 에어컨이 고장이 나서 생고생을 했습니다. 방이 없어서 옮기지도 못하고 선풍기 갖다 줘서 그거 틀고 잤어요. 일정 내내 너무 더워서 녹초가 됐고 날이 너무 뜨거워서 관광지 몇 군데는 나가지 않고 시원한 버스에서 어르신들의 관광이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여러분들 동물쇼 보신 적 있으세요? 제가 이 여행에서 처음으로 돌고래쇼를 봤는데요,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방콕에서도 원숭이 쇼와 코끼리 쇼를 보긴 했는데 그때도 마음이 안 좋긴 했는데 이번처럼 충격은 아니었어요. 쇼가 아니라 학대의 현장이었습니다. 목줄 묶여서 바나나 쪼가리 먹겠다고 재주넘는 원숭이들, 목줄 당기는 사육사, 채찍 소리에 점프하고 호루라기 소리에 물 위에서 춤추는 돌고래들이 보고 있자니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결정적으로 돌고래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을 때 전 인간으로서 수치심과 미안함, 분노가 일순 끓어오르고 말았어요. 제가 동물 애호가는 아니지만, 그랬습니다. 지금은 제주도 수족관 돌고래들 거의 대부분이 바다로 돌아갔다고 하니 참 다행입니다.
다시 여행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 여행을 계기로 패키지여행은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는, 그리고 한 여름 여행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모든 여행은 자유여행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좋아하시는 분들에 비해서 그렇게 많이 간 건 아니지만요.
그랬는데 다시 패키지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일명 효도관광. 짜잔-
저의 엄마께서 늘 그러시는 거예요. 저 들으라고 하시는 말씀은 아니셨겠지만 (아닌가? 아닌 게 아닌 게 아닌 건가?)
"해외여행을 그렇게 갔다 왔는데 일본을 못 가봤네."
라고 종종. 그래서 언니들과 엄마를 모시고 여자들 만의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일본 후쿠오카로!
여자들만으로 떠나는 것이고 엄마를 모시고 가니 차편이 편해야 해서 패키지여행을 선택하게 된 거죠.
좋았어요. 잘 걸어 다니셨고 음식도 잘 드셨고 재미있어하셔서 저도 좋았습니다. 다만 일본이랑 한국이랑 비교하며 해설하는 가이드가 좀 그랬고(싸울까 말까 고민했어요) 저는 빡빡한 일정의 패키지를 좋아하지 않아서 조금 피곤했다는 점이 흠이었습니다. 엄마는 못 가본 일본을 다녀오시게 됐고 저는 엄마에게 일본 여행을 시켜드렸다는 데에 의미를 두는 여행이었습니다.
50 평생 다섯 번의 패키지여행을 해봤네요. 여러분들은 저보다 더 많은 패키지여행을 다녀오셨을 것 같은데요. 여러분들의 패키지여행은 어떠셨어요? 유럽 패키지가 인상 깊었다는 502님, 중국 패키지만 다섯 번이요- 하시는 502님 계시고, 패키지가 싸고 신경 쓸 일 없고 안전해서 선택하신다-는 의견이 많으세요. 안타깝게도 패키지여행은 아직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는 502님도 있으시네요. 반면에 꽤 많은 502님이 여유롭고 편해서 자유여행을 주로 하신다는 이야기 올려주셨어요. 맞아요. 맞습니다. 자유여행이 편하긴 하죠. 근데 해외여행의 경우엔 말이 통하지 않거나 운전을 하지 못하면 조금 많이 불편한 점이 있긴 있습니다만 저도 자유여행을 완전 선호합니다. 그리고 해외로 자유여행도 가봤습니다. 언제 어디 갔었냐고요? 이런이런~벌써 오늘의 시간이 다 되어 버렸네요. 패키지 스타일 라디오인가요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