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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말가 Jul 28. 2022

[#502의라디오브런치]- 50살 생일

- 라디오 방송 콘셉트의 옴니버스 소설 -


안녕하세요, [#502의 라디오브런치]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입니다. 

502 여러분, 오늘,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커피 한잔과 기분 좋게? 늦잠으로 지각? 아니면 밤샘근무로 아침 퇴근? 너무너무 다양한 502님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여러분~ 저 오늘 귀빠진 날이에요~ 50번째 돌을 맞이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귀빠진 날이라는 말, 혹시 모를까요? 아기가 엄마의 자궁 밖으로 나오면서 아기 귀가 뽁! 하고 빠져서 생일을 귀빠진 날이라고 한다~고 알고 있는데, 맞죠? ㅎㅎㅎ

 저의 생일 아침 식사는 ‘왕의 밥 걸인의 찬’이었습니다. 내가 끓인 미역국과 남편지어준 흰쌀밥, 반찬은 김치뿐인 생일상을 제가 직접 차려서 먹었습니다. 맛있었네요. 미역국에 김치는 진리입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친구, 동료들에게 톡으로 축하 메시지를 받 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이번 50살 생일은 이전의 생일과는 크게 다른 점이 있었어요. 이제껏 그런 적이 없었는데 아침에 미역국을 보는데 갑자기 엄마가 떠오르더라고요.


50년 전 오늘, 엄마는 지금 산통을 겪고 있었겠구나. 곧 아빠가 엄마를 업고 병원에 가겠네. 조금 있으면 자궁출혈 때문에 수술을  하겠지. 아빠는 사방팔방으로 피를 구하러 다니고. 나는 무사히 나왔는데 엄마는 나 때문에 위험했어. 나의 생일은 엄마가 사경을 헤매며 죽을 뻔한 날이었던 거야.


제가 태어나 기쁜 날이긴 하지만 저의 생일이란 날이 아빠는 마음 졸이고 엄마가 죽을 고비를 넘긴 날인 거였어요. 생일 미역국은 본인이 아니라 아기 낳느라 고생한 엄마가 먹는 거라잖아요, 피를 많이 쏟아내서.

아기 낳은 날은 기억통이라고 몸이 좀 뻑적지근하고 아프기도 한 날이죠. 엄마도 그러셨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초등학교 때는 생일이면 미역국을 끓여주시고 친구들 초대해서 파티도 해주셨어요.

그런데 저는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는 고사하고 엄마한테 미역국 한번 끓여드린 적이 없었네요.

엄마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엄마를 죽을 뻔하게 만들었는데 내가 밉지 않았냐고, 날 볼 때마다, 내 생일 때마다

그날의 아픈 기억 때문에 내가 원망스럽지 않았냐고ㅡ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방송 준비를 하는데 전화 한 통을 받았어요.

미역국 먹었냐, 안 먹었으면 미역국 끓여놨으니 밥 먹으러 오라 엄마의 전화였습니다.

어제 일도 두 시간 전 일도 가물가물하신 90 노모께서 제 생일을 잊지 않고 전화를 주셨어요.

엄마에게 묻지 않았는데 대답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군말 없이 달려가야겠습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티라미스 케이크를 들고서요.



여러분들도 50번째 생일을 특별히 뜻깊게 보내시기를 바랄게요.

그럼 다음에 곧 또 다른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지금까지 [#502의 라디오브런치]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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