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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말가 Nov 22. 2021

50살이

아직 50살입니다.



안녕하세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불쑥 방송하는 [502의 라디오브런치]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입니다.


50살

우리는 같은 시간을 다른 공간에서 각자 다르게 살고 있잖아요. 저와 같은 나이인 다른 502님들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다른 502님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오늘은 다른 502님들의 이야기와 함께 할게요. 첫 번째 이야기 들어볼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 살고 있는 502입니다. 저는 오늘 쓰레기를 버리면서 불현듯 쓰레기 미화원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솟아올랐어요. 특히나 여름에는 쓰레기에서 냄새나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초파리 구더기들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암튼 그 징그러운 것들 때문에 작년부터는 냄새가 나거나 치킨 뼈나 생선 가시 등이 있을 때는 쓰레기봉투를 꽉 채우지 않아도 그냥 묶어서 버립니다. 저는 그냥 집 밖에 내놓으면 되는 거죠. 내 집에만 냄새가 나지 않으면 되고 내 집에만 구더기가 꾸물되지 않으면 되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쓰레기장에 쌓여있는, 냄새나는, 쥐가 파먹었는지 고양이가 헤쳐놨는지 찢어져있는, 뾰족한 것이 튀어나와 있는, 오물이 잔뜩 묻어있는 쓰레기봉투들을 보니까 미화원분들의 고생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분들도 냄새나고 만지기 싫고 그럴 텐데, 하시잖아요. 치워주시잖아요. 그분들 아니면 누가 해주시겠습니까.


그래서 쓰레기 수거 날에 감사한 마음 담아서 약소하지만 박화스 한 병씩 드리고 왔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정말 감사드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미화원님들. 존경합니다.


맞습니다.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또 겨울대로 힘든 일입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하시는 미화원분들의 처우가 많이 좋아지기를 바라고 저도 항상 감사의 마음 가지겠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들어볼게요.


여수에서 작은 식당을 하고 있는 502입니다.

제 아들이 이제 23살 되었어요. 성인이 됐지만 제 눈에는 아직도 아기로, 4살 꼬마로, 초등생으로 그렇게 아직까지 어린아이로 보이거든요. 그렇게 귀한 아들이 군대를 갔습니다. 가지 않을 수 있다면 가지 않고, 미룰 수 있다면 최대한 미룰 곳이 군대라던데, 해병대에 자원을 해서 입대를 했어요. 남들 다 가는 군대이기는 하지만 미루다가 질질 끌려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원해서 가는 것이 대견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전쟁터에 보낸 것마냥 불안하고 속상하고 마음 아프고 분단국가인 것이 원망스럽기까지 하고 눈물이 자꾸 그렁거립니다. 며칠  되지 않아서 그런 거겠죠?


식당에요 아들 또래의 청년들이 오면 우리 아들로 보이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아들이 더 보고 싶어 져요. 엄마가 이렇게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되는데......

하이고~ 잘하고 있는 건지, 잘하고 있겠죠? 다른 거 바라지 않아요. 아들이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어요.


여수 502님, 얼마나 걱정되시겠어요? 여수 502님의 마음 완전 공감됩니다. 요즘은 군대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많이 되죠. 좋은 선임, 후임, 동료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을 텐데요. 저도 여수 502님의 아들이 무사히 건강하게 덧붙여 늠름한 모습으로 제대할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

세 번째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502예요. 아무래도 갱년기인 것 같아요. 호르몬 때문이 라지만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무기력하고 그러다가 불쑥 화가 치밀어 오르고 사람들하고 말하기도 싫고 짜증이 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늙은 것도 짜증 나고 애들이나 남편의 태도도 거슬리고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어쩔 때는 죽고 싶을 때도 있어요. 손발이 차갑다가 뜨거워지고, 더워서 땀이 줄줄 흘러서 뜨거운 음식이나 매운 음식 먹으면 아주 땀으로 샤워를 합니다.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러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지고 열정도 떨어지고 가족들과는 물론 사회생활도 힘들어지네요. 갱년기 약을 먹어야 할까요? 다른 사람들은 물 흐르듯이 보내는 것 같은데 저만 유독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속상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겠지만 암튼 요즘 하루하루가 지옥이에요. 애들이랑 남편에게 미안하면서도 섭섭하기도 해요. 그나마 친구들과 수다 떠는 일로 겨우 위로를 받으며 견디고 있습니다.

슬기로운 502 여러분들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저도 당연히(?) 갱년기입니다. 제 경우에는 40대 중반에 신체적인 갱년기 증세가 있었어요. 더워서 한 겨울에 찬물로 샤워를 해야 했고요, 땀 때문에 그 좋아하는 청양고추를 끊었었답니다. 그리고 폐경도 일찍 왔어요. 임신한 줄 알았다니까요.

‘여자로 끝났구나, 이제 노년기로 드는 것인가… 젠장 이게 다 환경오염과 스마트폰 때문이야!’ 그랬어요.


체중도 10kg 나 훌쩍 쪄버리고. 갱년기 우울증인지 내 이성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느꼈죠. 그러다가 라디오 시작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내 신경질을 받아주는 남편 덕에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입니다. 갱년기인걸 주위 사람이 인정해 주면서 그래그래 해주니까 버텨지더라고요. 그러다가 한 번씩 뒤집어지기도 하긴 합니다. 아직 진행 중이죠.

이렇게 길게 이야기했지만 저도 슬기로운 극복 방법은 잘 모르겠어요.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까요.. 옆에 있는 사람이 도와주면 큰 힘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귓속말해 보세요.

“나 갱년기야. 사랑해, 조금만 도와줘ㅡ”라고요.

“아, 됐어! 어쩌라고!”그런 반응이 나오겠죠. 하지만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면 슬기로운 갱년기 극복의 길이 보일지도 모르잖아요. 저도 그런 의미로 이야기드려요. 갱년기는 몸부림인 것 같습니다. 노년기로 접어들기 싫다는 몸부림요. ㅎㅎㅎ

다음은 원주에 사시는 502님 사연이에요.


원주에 사는 502입니다. 지난주에 서울 올라갔었는데요, 지하철에서 정말 재미? 감동?… 적인 일을 겪었습니다.

그리 붐비지 않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신도림으로 가고 있었죠. 손잡이를 잡고 서있는데 앞에 앉아있던 소녀가 자리를 양보하는 거예요. 난 괜찮다고 했는데 그 소녀는 사람이 없어서 잠시 임신부석에 앉아 있었던 거라며 아주 해맑은 얼굴로 “아기가 힘들 수도 있으니까 앉으세요.”라는 거예요. 주위 사람들도 소녀의 배려를 므훗한 얼굴로들 쳐다보고 있어서 마지못해 고맙다며 앉았습니다. 그리고 자는 척하며 앉아있다가 신도림역에서 바쁜 듯이 조심스럽게(임신부니까) 내렸습니다. 요즘에도 자리를 양보해 주는 착한 청소년이 있네요. 약간 감동받았어요.


근데요.... 저요,,, 임신 아니에요. 심지어 저 아직 미혼이거든요. 아마도,,, 아마도,,, 배 때문인 가봐요… 흑! 제가 좀 통통한 편이긴 한데... 임신부처럼 보일 줄이야…. 흑!

그래서 저요! 다이어트 시작합니다.


헉! ㅎㅎㅎㅎㅎㅎㅎ 남 얘기 같지 않아요. 저도 30살부터 임신 7개월만 한 배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때는 마른 편이었는데 배만 볼록 나와서 ET라는 별명도 있었어요. ㅎㅎㅎ 줄여야 합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요. 무리한 다이어트는 안되지만요.





오늘은 세분의 이야기만 소개해드렸습니다. 502님들이 보내주신 사연들을 읽어보니 매우 활동적이시고 시대를 앞서 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여전히 도전 중이신 분들도 계시는데요, 슬프고 안타깝고 아프고 고민을 나누고 싶은 사연들이 조금 더 많았어요. 아마도 우리가 그런 나이인가 봅니다.

딱 50살. 뭔가 50살. 뭔가 딱 떨어진 중간의 나이.


자, 502분들 자신의 어깨를 톡톡톡 도닥여주세요. 50년이나 살았잖아요, 50년.

쏜살같이 지나온 것 같지만 매우 길었던 시간입니다. 우린 이제 지천명이니 열심히 살아온 우리를 안아줍시다요.

지금까지  [502의 라디오브런치]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여러분~


놀라운 발견!

아이패드에서 숫자 변화하지 않고 50살을 쳤더니 세 살이라고 쳐집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런 겁니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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