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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말가 May 12. 2021

중고거래

하찮은 물건에도 나름 추억이 있어요.


 안녕하세요, [502의 라디오브런치]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입니다. 어서 오세요,  이야기 시작합니다~~~


 여러분, 중고거래해 보신 적 있으세요? 요즘은 중고거래 전용 웹사이트도 있고 어플도 있어서 거래가 수월해서인지 거래가 많고 장르도 다양해진 것 같아요. 물건을 사고파는 것 외에도 '같이 밥 먹기'라던가 '함께 등산하기' 같은 것도 있더라고요.

전 49살까지는 이런 신식 중고거래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돈은 보냈는데 물건 대신 벽돌이 왔다는 둥, 물건을 보냈더니 돈을 보내지 않았다는 둥, 중고거래 부작용에 대한 뉴스를 많이 들어서 그런 거래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이었고 불신했었죠.

 그 옛날(?)에도 중고거래를 하긴 했죠. 저 어렸을 때는 헌책방에 직접 가서 참고서나 사전, 소설, 만화책 등을 사고 팔곤 했어요. 근데 그게 참 남는 게 없어요. 무거운 거 들고 다니는 것도 힘든데 값도 너무 싸게 매겨져 차비도 나오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지요. 책 팔아서 떡볶이 사 먹는 건 좋았지만. 그러려고 책 팔았지만. 후훗!


 그런데 요즘엔 집 근처에서 직접 거래를 할 수가 있고 혹은 집으로 가지러 오기도 하니까 엄청 편하더라고요.

본인인증이 되어 있으니 믿을 수 있는 부분도 있겠다 싶어서 저도 50살 들어 처음으로 어플을 이용한  중고거래를 시작했어요.


 중고거래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할 수 없는 만화책이나 서적, 조금 낡은 의류, 잡화들은 그냥 분리수거에 버렸었거든요. 근데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500원이라도 받아보자며 물건을 사이트에 올렸어요. 그런데 처음 올린 물건이 하루도 안 돼서 덜컥 팔리는 거예요. 너무 싸게 올렸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니까요.

나는 버릴 물건이었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가 있구나~ 하며 버렸을 뻔한 물건에 가치가 매겨지는 그 맛이 너무 황홀해서 집에 있는 팔 수 있을만한 물품을 뒤지기 시작했죠. 묵혀두어 중고가 돼버린 새것들도 꽤 되더라고요. 포장도 뜯지 않은 책이라던가 에코백이라던가 그릇, 색연필, 볼펜, 지우개 등 새것들이 꽤 나왔어요. 그래서 그런 새것들과 몇 번 들지 않은 가방, 작아진 옷, 한 두 번 쓴 그릇 등 팔만한 물건들을 찾아서 올렸어요. 이거 다 팔아서 뭐 좋은 거 하나 사야지~ 하면서요.

 근데, 안 팔리네요. 몇 달이 지나도 거래가 없어요. 저는 직거래로 물건 확인시킨 뒤 건네주는 방식으로만 거래를 하거든요. 택배 거래를 하지 않다 보니 거래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나서 그렇지 새것도 많고 쓰지 않는 멀쩡한 물건들이 많은데 말이죠. 흑!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건을 올릴 때의 저는 (물론 500원 욕심도 있었지만) 나는 필요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그런데 팔리지 않는 물건들을 보니,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은 남에게도 필요 없구나

낡은 것은 세월에 버리는 것이 순리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끼느라 모셔둔 것들이 값어치가 없는 것이거나 가치가 떨어졌구나

역시 아끼다가 똥 된다는 말이 맞는 건가 보다


.... 등등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저에 대해 생각이 미쳤어요.


나는 어떨까?

나도 연식이 50년이나 됐는데 나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세월이 지났어도 가치가 있는 쪽인지, 유행이 지난 구닥다리 구형 모델이 되어버린 건지

아직 쓸만한 구석이 있어서 버리기는 조금 그렇고 고이 모셔둘 그런 소중한 것은 아닌 것이 돼버린 건지.......


내다 버려도 주워가지 않을 중고품은 되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죠. 그러려면 녹이 슬지 않도록,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업그레이드해 가며 스스로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노력을 해야겠죠. 근데 또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현실입니다. 50살인걸요... 하하하하하.  게으름과 나태한 스스로를 나이 뒤에 숨기는군요. 반성!




 비움의 가치를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정말로 내게 필요 없는 것은 0 하나 빼고서라도 팔아야겠어요. 집에 빈 공간이 생기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무료 나눔은 하지 않을래요. 비록 팔려고 내놓긴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었던 그 시간 동안은 가치가 있었던 물건이었으니까요.

  

 저의 소중했던 물건이 다른 분에게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며, [502의 라디오브런치]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이었습니다.

여러분 전 쓰레기는 팔지 않아요~ 많이 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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