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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말가 Oct 31. 2022

[#502의 라디오브런치] - 여행(2) 자유여행

- 옴니버스 소설 -

 비가 내리는 늦은 오전입니다. 김치부침개에 막걸리 마시며 추억을 추억하기 참 좋은 날입니다.

안녕하세요, [#502의 라디오브런치]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입니다.


 여러분 지난번에 꺼내 놓으신 앨범 아직 넣지 않으셨죠? 오늘은 자유여행을 추억하기로 했잖아요. 앨범 펼쳐놓고 여행 노래 들으며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돠아~~


 저는 결혼하고 남편과 콘셉트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죠. 자가용 없는 뚜벅이라 교통편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나름 낭만이 있답니다.

  첫 번째 콘셉트는 <국내 온천테마파크 도장 깨기>였습니다. 온천을 좋아하는 저와 남편은 바로 첫 번째 콘셉트를 정할 수 있었어요. 설악을 시작으로 아산, 부곡, 온양, 용인 등등등 지방 순회(?)를 하고 서울의 영등포까지 국내의 온천테마파크는 거의 다 가 봤네요. 그리고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렸죠. 온천하면 어딥니까, 일본 아니겠어요? 그래서 온천하러 일본으로 자유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국내 자유여행은 언제 기회 되면 이야기 나누도록 할게요. 일단은 해외 자유여행의 첫 번째 나라, 일본으로 고고고!


저의 첫 해외 자유여행은 일본으로 결정됐습니다. 역시 해외라서 만만치 않더라고요. 비행기표부터 숙박, 교통편, 먹을 것, 볼 것 등을 스스로 정해야 하니까 꽤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비행기와 숙소가 결합된 상품, 에어텔로 하기로 하고 지역을 선택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가장 가까운 후쿠오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중에 여행사에서 새로 나온 상품이 눈에 들어와서 바로 선택했습니다. 그곳이 바로 후쿠오카 오이타현의 '히타'라는 곳입니다. 들어보셨나요, 히타? 작은 교토라고 불리는 조금 전통적인 동네입니다.

 암튼 후쿠오카 하카타 1박-유후인-히타 1박의 코스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본어만 가능했지만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오오---그런데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남편이 휴대폰을 비행기에 두고 내리는 바람에 안 되는 일본어로 설명해 가며 찾느라 공항에서 나오는데 1시간 반이나 걸렸어요. 친절합디다, 일본 항공사 직원들요.

 여기저기 골목골목을 마치 다시는 가지 않을 곳을 온 것처럼 돌아다녔네요. 아주 만족스러운 첫해외자유여행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히타의 숙소 ‘산’ 료칸의 화실은 정말 좋았어요. 아침에 커튼 열었을 때 봤던 강뷰는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새벽에 제일 먼저 가서 혼자 사용했던 온천 대욕장도 굉장히 좋았죠. 통유리창이 신경 쓰였지만 탕 안에서 보는 그 풍경이란... 와우! 그리고 가이세키 요리도 좋았어요. 회를 먹지 못해서 남편이 2인분을 먹었어요. 그때 처음 본 개인 화로가 매우 마음에 들어서 꼭 사고 말리라-했는데 아직도 못 사고 있네요. 너무 좋았던 히타 여행에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노천온천이 딸린 방에서 묵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입니다. 다음에는 갈 수 있겠죠? 로또 당첨되면? ㅎㅎㅎ

(지금 검색해 보니 그 방이 1박에 20 만원 돈이네요...}}후들후들{{  )


첫 해외 자유여행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고 다음 여행지를 물색했습니다. 다음으로 결정한 곳이 바로 홍콩이었어요. 자유여행에 최적화된 곳이라고 들었던 것 같아요. 교통 편하고 물가도 적당하고 숙소도 나쁘지 않고 볼거리 먹거리 천국이라는데 조금 망설인 끝에 결정했어요.

 이번엔 비행기 호텔 전부 저희가 검색해서 각각 인터넷으로 예약했고 볼 것도 유명한 거 몇 개만 보고 온천대신 호텔 수영장에서 즐기다 오는 코스로 짰습니다. 와... 여행사 없이 이렇게 예약하는 거 처음이라서요 사기당할까 봐 엄청 쫄았다니까요. 도시락인지 뭔지 통신 데이터가 원활하지 못했고 인터넷 속도도 느렸을 때라 겁이 좀 많이 났습니다.

그렇지만 무사히 도착하고  좋은 호텔 만나서 좋았어요. '호텔 오볼로' 강력 추천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홍콩은 생각보다 무척 더웠어요. 그래서 자꾸만 큰 건물에 들어가서 몸을 식혀야 했어요.  그리고 여행 전에 제가 입병이 나는 바람에 입을 거의 벌리질 못했어요. 뭘 먹을 수가 없었단 말이죠. 게다가 남편은 여행 마지막 날 위장병이 나버렸어요. 약을 먹어도 낫질 않아서 온천 대신 선택한 호텔에서의 야외 풀장 수영은 접어야 했어요. 그리고 비가 오기 시작해서 습하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어요.

 홍콩의 야경 보는 곳으로 유명한 전망대를 피크트램 타고 올라갔는데 비가 와서 안개가 덮여 야경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다시 트램을 타고 내려왔으면 됐는데 버스 타고 구불거리는 길로 내려가 보자고 버스를 선택했어요. 그런데 부슬거리는 비가 폭우로 변해버렸어요.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데 점점 속도가 줄더니 아예 서버리는 거예요. 영문도 모르고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차는 움직이지 않았죠. 사람이 하나둘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어요. 30분이 더 지나고 비행기 시간이 3시간밖에 남지 않아서 저희도 버스에서 내렸어요. 그리고 무작정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내려오면서 보니 나무가 쓰러지면서 자가용을 덮친 사고가 정체의 원인이었더라고요. 비는 오지 2차선 도로라 복구차량도 차 막혀서 못 올라오지... 아수라장이었어요. 1시간 정도 폭우를 맞으며 내려왔어요. 다행인지 어쩐 건지 저희가 산을 내려올 때까지도 저희가 탔던 버스는 내려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하철 찾는데 또 30분이 걸렸어요. 이때 언어의 장벽을 느꼈답니다. 겨우겨우 늦지 않게 호텔로 와서 맡겼던 짐을 찾고 나니 너무 허기가 지더라고요. 그래서 호텔 근처 유명한 달걀 라면집으로 갔죠. 주문을 했는데 드럽게(?) 늦게 나오더라고요. 그 드럽게 늦게 나온 달걀라면을 먹는데 거의 생라면... 너무 살아있었어요... 뜨겁지도 않았어요... 속이 불편했어요. 추워 죽겠는데 미지근한 생라면이라니... 하유~~~~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다시 지하철 타고 공항으로 갔어요. 공항에 와서 남편이 남은 홍콩 옥토버스 카드 잔액 환불하러 간 사이 결국 달걀라면을 다 토했답니다. 와~~~~ 속이 뻥 뚫렸어요. 출발시간이 30분도 남지 않았는데 우리 비행기에 탈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남편이 괜찮다고 보채지 말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게이트 앞에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다 타고 우리만 남았다는 거예요. 와... 오늘 정말 미쳤다... 허겁지겁 짐 들고 겨우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기절. 눈 떠보니 인천이더라고요.

 집에 오는 길에 우리의 파란만장한 홍콩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해장국 포장해 와서 소주 각 일병하고 다시 기절했답니다. 와.... 정말...

 홍콩은 참... 교통 잘 되어 있어요. 볼거리 많고요.  (미드나잇 에스컬레이터는 꼭 중간에서 내리세요.) 먹을 것도 많은데 저는... 오볼로 호텔방이랑 달걀빵만 좋았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지 않아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곳으로 자유여행을 준비합니다.  그곳은 바로 '대만'이었습니다. 방송에 대만이 자주 나오더라고요. 그러다가 딱 두 곳을 직접 보고 싶었어요. 예류 공원과 지우펀이요.

저가 항공으로 기내 가방만 들고 숙소는 게스트하우스 가격의 꽤 괜찮은 호텔을 예약했어요. 그런데 말이죠, 6월이었는데 말이죠, 대만의 기온은 불가마 찜질방이었습니다. 전 더위를 못 참는 편이라서 정말 엄청 고생했어요. 교통이 정말 잘 되어 있기도 했지만 유심 구매로 인터넷이 잘 되니 그게 매우 크게 도움이 됐어요. 구글로 버스 시간 보고 정류장 나가면 제시간에 맞춰서 오니까 버스 기다리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더운데 대만은 냉면을 안 팔아요... 공차나 밀크티 뭐 그런 다디단 것들만 팔고 음료에 얼음은 안 넣어서 팔아요... 더워 죽겠는데 사람들은 밖에서 뜨거운 국수 먹고 편의점에서는 삶은 달걀을 뜨듯하게 해서 팔더라고요... 아... 너무 더워요... 못 걸어 다니겠어요오오오...

예류 공원이요? 나무 한그루 그늘 한 점 없어서 일사병 걸릴 뻔했고요, 지우펀이요? 사람이 많아서 사람에 밀려다니다가 사진 몇 장 찍고 식사도 못하고 그냥 포기하고 왔어요. 거기 있잖아요, 풍등 날리는 철길 있는 예뻐 보이는 스펀. 와~~ 더우니까 다 꼴 보기 싫더라고요. 혹시 여름에 대만 가실 분들,  꼭 택시 타고 다니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11월~2월에 가세요. 여름은 안됩니다.

  아... 대만.... 어디 갔었지? 엄청 돌아다녔는데 기억나는 건...  무무무덥고, 땀에 쩔고, 모기 물리고, 길 잃어버리고.... 흑! 시원한 호텔에만 있고 싶었던 곳이었네요. 여름에 갔던 게 죽음의 한 수였슴돠. 좋았던 건.... 아! 볶음밥! 대만 볶음밥 맛있어요. 희멀건하고 이상해 보이는 곱창 국수도 추천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그 더위에 그 뜨거운 국수를 길에서 먹었네요.... 그리고 걸어가는 게 힘들었지만 온천지역 베이터우의 지열곡이 좋았네요.

대만 4박 5일 비용은 2박 3일 홍콩 여행의 3/5 정도로 저렴하게 다녀왔습니다.


여러분 어떠세요, 재미있으세요? 이야기만 들어도 너무 힘드시죠? 그만할까요? 다음 시간에 계속?

에이~~ 이 지겨운 얘기를 다음 시간까지 끌고 가면 안 되죠. 오늘 마무리 지어야죠, 그쵸?


 이쯤 되면 해외로의 자유여행은 포기해야 할 테지만 또 갑니다, 해외로, 자유여행을.

다시 일본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번엔 관광은 말고 진짜 쉬다 오자며.

 저는 눈 덮인 북해도를 원했지만 남편이 따뜻한 오키나와로 가자고 주장하여 따르기로 했죠.

 이제는 비행기나 숙소 정하는 건 하루 이틀이면 뚝딱하게 됐습니다. 당연히 웹 세상이 좋아진 덕이죠. 정보가 워낙 많아서 찾으면 다 나오는 세상이잖아요. 물론 지금만큼은 아니었지만요. 번역 어플이 그때 있었더라면... 햐... 좋았었겠죠.  암튼 두 군데만 보기로 했어요. 국제거리랑 아메리칸 빌리지. 국제거리에선 술 한잔 먹고 아메리칸 빌리지어서는 해수욕하고 온천 하는 걸로 정했죠.

 국제거리에서 너무 마셨어요. 약한 술을 섞어 마셔서 다음날 일정에 차질이 왔습니다. 아메리칸 빌리지요.... 왔죠... 해수욕하고 편하게 드나들려고 해변가에 호텔 예약했죠. 그런데요... 추워요... 남쪽나라라서 따뜻하다면서요... 일본의 하와이라면서요... 해수욕할 수 있다 했는데... 9월 말의 오키나와는 서늘하여 해수욕하는 사람 1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신 대관람차 탔는데 삐그덕 삐걱거려서 옴짝달싹 움직이지도 못하고 야경도 별로였어요. 그냥 깜깜. 저녁이라도 맛있는 거 먹으려고 오키나와 스테이크 집 찾아봤는데 아메리칸 빌리지에는 제가 찾던 스테이크 집이 없었어요.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간 곳이 철판 스테이크 집이었습니다. 맛있었어요. 피철철 흐르는 고기를 자꾸 나에게 권해서 난감했지만요. 비싸고 몇 점 안 되는 고기를 대충 먹고 바로 호텔로 와서 잤어요. 맥주도 사발면도 안 먹고. 네, 맞아요. 식당 찾다가 남편이랑 싸웠어요. 그래서 그냥 팩! 잔 거죠. 근데 푹 잤어요. 남편이 사발면 먹는 것도 몰랐을 정도로요. 그리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대욕장에서 온천하고 화려한 조식 먹어주고 화해하는 척 사진 몇 장 찍고 귀국했답니다.

이게 제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는데, 진짜 별로죠, 제 해외 자유여행. 힝...


이젠 여행 갈 일도 없지만 자유여행을 계속해야 하나 싶어요. 그렇다고 패키지여행으로 질질 끌려다니긴 싫고 말이죠. 각각 장단점이 있네요.

 앞으로 여행을 간다면 무조건 유럽으로 가기로 정했는데요, 저는 패키지반 자유반 상품을 남편은 자유여행을 고집하고 있답니다. 갈 수만 있다면 아무렇게나라도 가고 싶네요.

여러분은 어떤 여행을 선택하시겠어요?



 힘들었던 기억이 많았지만 이렇게  되짚어보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나쁘지 않은데요? 30대의 나, 40대의 제 사진을 보면서 젊어진 것도 같고, 아쉽기도, 아련하기도, 애틋하기도, 그립기도, 넌덜넌덜한, 후회막급인, 만감이 교차되는 시간이었어요.

 앨범도 좋고 디지털 사진도 좋고 여행 동영상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여행의 순간을 추억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보시면서 잠시나마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 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자유여행이라 마음대로 길~~~ 게 이야기 풀어놓은 [#502의 라디오브런치] 이야기 길잡이 이오영이었습니다. 다음에도 브런치 함께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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