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언제 할 것인가? (아침형 인간 vs. 저녁형
2. 어떻게(how) 루틴을 만들 것인가? (루틴 형성 방법)
우리가 루틴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일정한 ‘주기’를 잘 맞추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24시간 하루 주기로 생리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은 24시간짜리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어서 시간 때 별로 다르게 생체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언제가 가장 공부하기가 좋은지, 언제 휴식을 취하는 게 좋은지 생체리듬에 따라 움직이면 더 효율적으로 루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18세기에 프랑스 천문학자 장 자크 도르투 드 메랑은 식물을 통한 실험을 통해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했다. 식물 미모사의 잎은 낮에는 햇빛을 향해 열리지만, 어두운 밤에는 닫히는 개폐 현상에 대해 실험을 한 것이다. 일부러 빛이 없는 캄캄한 곳에 미모사를 계속 놓아두었는데, 미모사는 빛이 없어도 며칠간 여전히 하루 주기로 잎이 개폐 운동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현상은 식물 미모사가 빛이 없어도 24시간 주기의 생물학적인 리듬을 가진 자동화된 생물학적 시계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생체시계에 대한 연구는 모델동물인 초파리 실험으로 이어졌고, 생체시계는 유전자와 단백질 사이에서 작용하는 반응에 대한 비밀을 찾아냈다. 초파리 실험을 통해 그 자세한 작동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은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배시, 마이클 영 교수였다. 이들의 연구 덕분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생체시계의 원리는 식물과 동물에서 모두 나타나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인간의 경우에는 쉽게 이 현상을 살펴볼 수 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 경우에 시차가 달라서 이미 예전 24시간 주기에 적응되어 있던 우리 몸은 그대로 따르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곧 그 나라의 낮과 밤의 주기에 맞게 우리 몸은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결국 하루라는 시간 동안에도 생체 시계는 어떤 최적화된 상태를 주기적으로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면 된다.
시간생물학(chronobiology)에서 말하는 인체에서 일어나는 24시간 주기 생리변화는 시간대별로 특징이 있다. 아침 6시경에는 코르티솔이 분비가 되는데 이는 콩팥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스트레스나 저혈당에 반응해 혈당을 높이고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대사를 돕는 기능을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침 식사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돕고 탄수화물 욕구를 조절하는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배가 부른 상태라서 식욕이 줄어들면서 “군것질거리”를 멀리하여 건강에도 좋고 체중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즉 이 시간 때는 음식물을 섭취를 통해 에너지를 증가하려는 상태라 유추해볼 수 있다.
다음으로 오전 9시에 가까워질수록 혈압이 빠르게 증가하는데 이는 활동 시작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아침 식사를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고, 서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뇌에 혈액이 전달되어 산소가 공급된다. 뇌 활동은 결국 이 산소가 충분할 때 활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계속 강조한다.
오전 9시 이후부터는 각성이 고조되는 시간이다. 다시 말해, 생체 리듬이 시작되어 점점 컨디션이 올라간다는 의미다. 이런 생체 리듬을 고려하여 경기도교육청에서는 9시 등교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아침에 몽롱한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보다 깨어있는 시간부터 학습을 해야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생물학(chronobiology)에서 말하는 최적의 조화 상태는 오후 2시부터 3시 정도라 말한다. 빠르게 반응하는 시간은 오후 3시부터 5시 정도까지다. 최고로 체온이 올라가는 건 오후 6시 정도다. 즉, 아침부터 생체리듬을 끌어올려서 최상의 상태를 만든 후 6시 정도에는 절정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아침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보통 낮 주기로 본다.
반면에 밤 주기는 오후 6시부터 다시 다음날 오전 6시까지에 해당한다. 오후 6시가 지나면 혈압이 최고로 높아지고 밤 9시부터는 수면 및 혈압 조절 등 인체 생체리듬을 조절하며 불면증 치료 역할도 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래서 서서히 졸리고 잠에 들게 되는 것이다. 인체 생리에 여러 가지 영향을 주는 생체시계에는 새벽 3시 전후로는 숙면 상태로 표시되어 있고, 새벽 4~5시경에는 체온이 최저가 되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하루 생체 리듬의 주기가 있어서 아침부터 서서히 활동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낮에는 그 에너지가 절정이 된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저녁이 오면 점점 휴식기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인체에서 일어나는 24시간 생체 주기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생체리듬에 맞게 하루를 계획할 필요가 있다. 시간대에 맞는 행동을 루틴으로 만들면서 효율성 있게 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이 리듬과 달리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3교대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주간, 야간, 심야 등으로 매번 근무시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경우에도 밤늦은 시간까지 깬 상태로 공부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에 최적화된 상태에서 하루를 보내지 못할 수도 있다. 최적화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 밤 주기가 되었다고 활동을 못하는 건 아니다.
공부의 신이라 비유할 수 있는 수능 만점자들의 공부 루틴을 살펴보면 위에서 말한 인체 생체시계를 잘 활용한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2021학년도 수능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김지훈 군은 고3이 되고 나서도 매일 꾸준하게 운동을 했고, 취미생활까지 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생체 시계의 수면 시간에 해당하는 매일 밤 11시에 취침하고 오전 7시에 기상하는 8시간 수면 습관을 쭉 유지했다고 한다.
또 다른 2021학년도 수능 만점자인 신지우 군은 고교 3년 내내 일찍 등교해 편하게 읽은 책이 도움이 됐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본격적으로 수업 시간에 공부하기 전에 뇌를 활성화하는 몸 풀기 차원의 루틴으로 보인다. 아직 생체 리듬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간이기에 조금은 정적이고 편안한 자세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수능 만점자 3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 후 쓴 김도윤 작가의 《당신은 1등처럼 공부하지 않았다》라는 책에서도 꾸준한 공부 루틴 비결을 소개한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와 아닌 시간대를 구분하여 과목을 달리 공부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또한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을 하나의 루틴으로 만들어서 꾸준하게 공부를 이어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떤 이는 아침에 더 집중이 잘 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밤에 더 집중이 잘 된다고 말한다. 개인마다 생체리듬이 활성화되고 최적화되는 시간대가 다를 수 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시간대를 이용하여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단, 기본적으로 인체의 생체리듬은 낮과 밤으로 나뉘기에, 앞에서 말한 시간대별 생체 리듬을 참고하여 루틴을 하나씩 만들어 가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