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떻게(how) 루틴을 만들 것인가? (루틴 형성 방법)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일 때 혹시나 해서 토익 시험을 보려고 했다. 사실 영어가 전공이고, 외국에서 대학원을 다녔으니 공부하지 않고 시험을 봐도 충분히 고득점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모의고사 문제를 하나도 풀어보지 않고 시험을 봤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원하는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아서 충격을 받았다.
혼자서 공부를 하려고 했으나 재미없는 토익 시험공부를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두 번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보기는 했으나 도저히 매일 토익 공부만 계속해서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어 방법이 없을까 해서 정보를 찾았다. 우연히 토익 시험을 준비하는 스터디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스터디에 들어갔다.
사실 그때는 취업준비생이라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다. 스터디가 매일 아침 9시부터 강남역 근처에서 시작이라 일찍 일어나야만 했다. 평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습관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상황이 바뀌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루틴을 만들어야 했다.
수도권 서부 끝자락에 살던 시절이라 7시 이전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해야 1시간 넘게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도보를 이동해서 9시 전에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9시부터 1시간 동안 돌아가며 만든 어휘 시험을 봤다. 그리고 2시간 동안 토익 시험 시간과 동일하게 듣기 파트부터 읽기 파트까지 실전처럼 모의고사 문제를 풀었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바로 채점하고, 서로 돌아가며 틀린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올빼미형에서 아침형 인간이 되려니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결석하거나, 지각을 하면 벌금이 있었기에 철저하게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또한 어휘 시험도 40개 문제 중에 5개 이상 틀리면 벌금을 내야 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어휘 공부와 문제 분석을 하며 토익 공부를 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스터디에 참여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패턴으로 하루를 살았다. 그러다 어느새 나태하게 하루를 보내고 밤늦게까지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던 올빼미형 인간에서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으로 탈바꿈했다. 처음에는 한 달만 하고 그만둘 계획이었으나 이게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기고,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루틴이 형성되니 세 달 동안 같은 삶을 살 수 있었다. 덕분에 원하던 토익 고득점 점수도 받을 수 있었다.
만일 토익 공부를 혼자서 하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과연 세 달씩이나 그렇게 꾸준하게 공부를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새로운 변화가 없었다면 아마도 습관의 관성에 이끌려 계속 나태한 생활을 했을 것 같다. 이런 루틴을 통해 토익 점수를 얻은 것도 유효했지만, 대학원 졸업 후 잠시 나태해졌던 삶에서 다시 성실하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였지만 루틴을 만들 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더 효과가 있는 이유를 살펴볼 수 있다. 혼자서 무언가를 할 때는 꼭 해야 할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감이 떨어진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무언가를 진행할 때는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아침 9시라는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아침 일찍 힘들게 일어나야 하지만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 어떤 규칙을 만들어서 적절한 보상과 처벌을 통해 동기부여도 할 수 있다. 지각을 하거나 어휘 시험에서 많이 틀리면 벌금을 내야 하지만, 규칙을 잘 지킬 경우에 벌금으로 모인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거나 할 때 회비를 적게 돈을 내면 되니까 동시에 보상효과도 있다. 이것 또한 혼자서 토익 공부를 하는 것보다 규칙이라는 굴레에서 행동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인간은 심리학자 매슬로우가 말하는 사회적 욕구가 있기에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비로소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사회적 약속을 이행하면서 삶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루틴은 곧 우리의 삶이니 누군가 함께 만드는 루틴이 곧 함께 만드는 삶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와 함께 루틴을 만들 때도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성실한 사람들과 함께 할 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게으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자성어 중에는 ‘근주자적근묵자흑(近朱者赤近墨者黑)’라는 말이 있다. ‘붉은색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붉게 물들고,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검게 물든다.’는 의미이다. 뜻을 풀이해보면, 착하고 남을 잘 도와주는 사람을 사귀면 본인도 그런 사람이 되지만, 나쁜 생각을 하고 나쁜 일을 하는 사람과 사귀면 나쁘게 물든다는 뜻이다.
건강한 루틴을 만들고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토익, 면접, 취업 준비 스터디를 비롯하여 미라클 모닝, 글쓰기 챌린지 등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여 사람들은 건강한 루틴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혼자서는 나태해지고, 포기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 함께 하는 사람이 있기에 계속해서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유튜브 <영어멘토링TV> ‘진로를 찾아서’ 프로그램을 통해 의대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공부의 양이 어마어마한 의대생들도 혼자서는 도저히 그 많은 분량의 공부를 소화해낼 수가 없어서 집단 지성을 발휘하여 서로 퀴즈를 내고 맞히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고 했다. 출연한 멘토는 만일 혼자서 공부했다면, 공부 양에 치여서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함께 해서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고, 무사히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작가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가장 필요한 루틴은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고 1편 이상의 글을 써야 책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함께 글을 쓰는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계속 글을 쓰게 된다. 덕분에 혼공스쿨 선생님들과 함께 쓴 《초중고 영어공부 로드맵》 책도 짧은 기간에 원고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건강한 루틴을 만들고 싶다면 꼭 누군가와 함께 해보기를 적극 권해본다. 공부 루틴이든 아니면 다른 루틴이든 분명히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